1.1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SVS) — 중앙 도매기금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SVS)은 2018년 정부의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에 따라 5년간 3,000억 원 조성을 목표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사회적 금융 도매기금이다. 시중은행, 소비자생협, 금융협동조합 등이 출연자로 참여했고, 스스로 기업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신나는조합, 사회연대은행,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등 15개 안팎의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에 도매자금을 공급하고, 이들이 다시 개별 조직에 대출·투자하는 2단 구조로 운영된다.
출범 2주년 시점(2021년) 실적을 보면 누적 투융자 약정액 194억 원을 기반으로, 같은 해 민간 투자금과 모태펀드·지자체 기금 등 정책자금을 결합해 총 1,015억 원 규모를 현장에 공급했다(5.2배 승수효과). 이 중 정책자금 성격 334억 원(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성장사다리펀드, 지자체 사회적경제기금), 나머지 487억 원은 ESG 지향 금융기관·공익재단·CSR 자금 등 민간 사회적 투자자 참여분이다. 도매기금은 15개 중개기관의 임팩트펀드 결성과 비영리 융자상품 개발에 158억 원을 공급했고, 이를 통해 총 787억 원 규모 펀드가 결성됐다.
이후 SVS는 사회적경제기업 투융자 외에도 사회목적 프로젝트(사회주택, 재생에너지, 사회성과보상사업 등) 투융자와 사회적 금융 기반 조성(중개기관 육성, 지역기금 매칭)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1.2 지자체 사회연대경제기금 — 지역 소매기금
SVS가 2026년 3월 발간한 『2026년 지방자치단체 사회적경제 기금 운영 현황』 동향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사회적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기금을 설치·운영 중인 지자체는 광역 6곳(서울, 경기, 충남, 부산, 전북, 경남), 기초 7곳(성북, 은평, 성동, 강동, 화성, 전주, 완주) 등 총 13곳으로, 전체 226개 지자체의 5.8%에 불과하다.
총 조성규모(기말 조성액+융자금 미회수채권 합산, 펀드 출자금 제외)는 1,960억 원이며, 2026년까지 누적 전입액은 2,050억 원인데 서울(44.2%), 경기(15.9%), 화성(29.7%) 세 곳이 전체의 89.8%를 차지할 만큼 편중이 심하다. 2026년 신규 전입액을 편성한 곳은 전북·성북·성동 3곳, 총 5.8억 원뿐이다.
2026년 지자체 사회적경제기금 집행예산은 총 221억 원으로 전년(302억 원) 대비 26.7% 감소했고, 융자성사업비(160억 원, 전년비 -22.2%)와 비융자성사업비(61억 원, 전년비 -36.3%) 모두 줄었다. 2019~2022년 4년간 신규 전입액이 633억 원이었던 데 비해 2023~2026년 4년간은 81억 원에 그쳐, 기금으로의 신규 재원 유입 자체가 뚜렷이 둔화된 상태다.
운영 방식은 지자체가 직접 융자하는 '직접 융자', 중개기관을 통한 '간접 융자', 신용보증기관 보증·이차보전으로 금융기관 참여를 유도하는 '협력 융자' 세 유형으로 나뉜다. 13개 기금 중 10개가 융자성기금으로 운영되며, 2013년 이후 누적 사업예산(4,033억 원) 중 87.6%가 융자성사업비, 11%가 비융자성사업비(이차보전·중개기관 육성·펀드 출자 등), 1.4%가 인력·운영비다.
자금 활용성 측면에서는 우려스러운 신호가 있다. 2026년 말 기준 총 조성액의 26.3%가 은행에 예치되어 있고, 38.5%는 지자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등 타 기금에 예탁되어 있다. 예탁금 비율은 2022년 이후 계속 늘고 있는데, 설치 5년 이상 지난 기금에서도 예탁금이 느는 것은 자금이 본래 목적(융자·투자)에 쓰이지 못하고 잠겨 있다는 뜻이라고 SVS 보고서 스스로 지적하고 있다.
1.3 정부 종합계획상 재원 확대 목표
2026년 6월 행안부 등 관계부처 합동 '사회연대경제 발전 종합계획'은 정책자금 확대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서민금융진흥원 미소금융 지원 규모를 연 60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신용보증기금 보증 공급을 올해 2,500억 원에서 2030년 3,500억 원으로 늘리고, 민간은행권은 2026~2028년 사회연대경제 대출을 4조 3,000억 원 규모로, 새마을금고는 향후 5년간 2,000억 원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2025년 8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은 사회연대경제를 81번째 국정과제(사회연대경제 성장 촉진)로 처음 채택하면서, 기본법 제정과 함께 "상호금융중앙회 내 기금 조성, 신협의 출자 허용"을 통해 상호금융이 사회연대경제조직에 자금을 공급할 재원을 마련하고, "미소금융 등 도매자금의 대출·투자규모와 정책금융기관의 보증공급"을 확대한다는 방향을 명시했다. 이는 앞서 논의한 상호금융-지역신보-도매기금 구조를 국가 차원에서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2. 한계점
재원 정체와 축소. 지자체 기금 신규 전입은 2019~2022년 633억 원에서 2023~2026년 81억 원으로 급감했고, 2026년 집행예산도 전년 대비 26.7% 줄었다. 기본법 없이 개별 조례와 지자체 재정 여건에 의존하다 보니, 중앙정부 사회적경제 예산이 축소된 시기(2022년 이후)에 재원 확충 동력이 함께 꺾였다.
자금 활용성 저하. 지자체 기금의 64.7%(예치+예탁)가 대출·투자로 나가지 못하고 금융기관이나 타 기금에 머물러 있다. 특히 예탁금 비율 증가는 기금이 본래 목적과 무관한 지자체 일반 재정 관리 수단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신호다.
지역 편중. 226개 지자체 중 13곳(5.8%)만 기금을 운영하고, 그마저 서울·경기·화성 세 곳이 누적 전입액의 89.8%를 차지한다. 비수도권·기초 지자체 대부분은 기금 자체가 없어, 사회연대경제조직의 자금 접근성이 지역별로 크게 갈린다.
융자 편중, 인내자본 부족. 누적 사업예산의 87.6%가 융자성사업비다. 초기 소셜벤처나 회임기간이 긴 사업에 필요한 후순위·지분성 자금(인내자본)은 상대적으로 소액이고, 최근에야 화성(임팩트펀드 출자 10억 원)·전주(라이콘펀드 출자 1.4억 원) 등에서 시도되기 시작한 수준이다.
도매기금-지역신보-지자체기금 간 연계 미흡. SVS 도매기금, 지자체 기금, 지역신보 특례보증은 각기 다른 법적 근거(SVS는 민법상 비영리법인, 지자체 기금은 지방기금법·개별 조례, 지역신보는 별도 법률)로 운영되어 재원을 공유하거나 서로의 보증·투자 이력을 참조하는 구조가 없다. 지금까지 논의한 '기금이 지역신보 재보증 재원으로도 출연되어야 한다'는 방향은 아직 제도화되지 않았다.
법적 근거 취약. 지자체 기금은 조례 수준의 근거만 갖고 있어 지자체장이 바뀌거나 재정 여건이 나빠지면 축소·폐지되기 쉽다(성남·세종시 기금은 이미 폐지). SVS 보고서도 "지자체 사회적경제 기금 운영을 정비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과 함께 중앙정부의 적절한 개입과 지원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한다.
3. 향후 확충 방안
기본법을 통한 법정기금화. 지금처럼 SVS(민법상 재단)와 지자체 기금(개별 조례)이 별도로 존재하는 구조에서, 기본법에 '사회연대경제기금' 또는 '사회연대경제진흥기금'을 법정기금으로 명시하고 국고 출연 근거를 두어야 정치·재정 여건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재원이 확보된다.
유휴 공공재원의 통합. 휴면예금(서민금융진흥원 관리), 지방소멸대응기금, 기후대응기금처럼 목적은 다르지만 취지가 겹치는 공공재원 일부를 사회연대경제기금으로 전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의 미소금융 확대(60억→150억)도 이런 재원 확장의 연장선에서 사회연대경제기금과 연계될 수 있다.
상호금융 재원의 제도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제시한 "상호금융중앙회 내 기금 조성, 신협의 출자 허용"을 기본법에 구체적 조항으로 반영해, 신협·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사회연대경제 전용 계정에 출자하도록 제도화한다. 이는 상호금융이 단순 대출 창구를 넘어 기금 조성 주체로도 참여하는 구조다.
지자체 편차 해소. 광역 지자체에 사회연대경제기금 설치를 의무화하거나(현재 35.3%만 설치), 기초 지자체에는 지방교부세 산정 시 기금 출연 실적을 반영하는 인센티브를 두어 비수도권·기초 지자체의 신규 설치를 유도한다.
예탁금 규제. 기금 조성액 대비 예탁·예치 비율의 상한(예: 30% 이내)을 법령이나 표준 조례에 명시해, 조성된 재원이 실제 대출·투자로 흘러가도록 강제한다.
4. 효과적 활용 방안
도매-소매 2단 구조의 공식화. SVS를 법정 중앙 도매기금으로, 지자체 기금을 지역 소매기금으로 위상을 명확히 하고, 두 기금이 매칭출자·매칭대출 방식으로 결합하는 것을 표준 운영 모델로 삼는다. 이미 전북·부산·강원·대구·제주 등에서 실행 중인 매칭대출 사례를 전국 표준으로 확산한다.
지역신보 재보증 재원으로의 배분. 지금까지 논의한 자본 스택 구조에 맞춰, 도매기금 중 일부를 지역신보의 특례보증 재보증·손실보전 재원으로 출연해 보증배수를 늘리는 명시적 트랙을 만든다. 현재는 지자체 기금의 '협력 융자' 유형(보증+이차보전)이 이 역할을 부분적으로 하고 있으나(경기, 충남 사례), 전국 표준 모델은 아니다.
융자 일변도에서 혼합금융으로 전환. SVS 동향보고서가 스스로 제시한 방향대로, 저리 융자 중심에서 벗어나 이차보전, 역량개발(사업개발비), 펀드 출자(인내자본) 등으로 활용 방식을 다각화한다. 특히 초기 조직에는 투자로 시작해 성장하면서 대출로 전환하는 경로를 기금 운용 규정에 명시한다.
성과·신용정보 연동. 도매기금이 공급한 자금의 상환·투자 성과 데이터를 지역신보·상호금융과 공유해, 한 채널에서의 실적이 다른 채널 심사에도 반영되도록 한다.
5. 사회연대경제기본법에 담길 내용과 형식 제안
현재 발의된 법안은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정의·범위 규정과 행정·재정지원 근거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기금에 관한 조항은 아직 구체성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래는 별도의 장(예: "제○장 사회연대경제기금")으로 담길 필요가 있는 내용이다.
기금의 설치와 법적 성격. "국가는 사회연대경제조직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연대경제기금을 설치한다"는 형태로 법정기금 지위를 명시하고, 기존 SVS를 기금의 위탁 운용기관으로 지정하거나 기금 운용의 법적 근거로 전환하는 경과조치를 둔다.
재원 조항. 재원을 ① 정부 출연금, ② 지방자치단체 전입금, ③ 상호금융중앙회 등 금융기관 출연금, ④ 휴면예금·기타 공공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 ⑤ 민간 기부금 및 운용수익으로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각 재원 항목별로 소관 부처(기재부, 행안부, 금융위 등)의 출연 근거를 명시한다.
용도 조항. 기금의 용도를 ① 사회연대경제조직에 대한 직접·간접 융자, ② 후순위·지분투자 등 인내자본 공급, ③ 지역신용보증재단 등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재보증·손실보전 재원 출연, ④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 육성, ⑤ 지자체 기금에 대한 매칭 지원으로 구분해 명시한다. 이는 지금까지 논의한 재원-신용보증-유통채널 구조를 법조문 수준에서 연결하는 핵심 조항이다.
지자체 기금과의 관계 조항. 지자체가 조례로 사회연대경제기금을 설치·운영하도록 노력 의무를 부과하고, 중앙 기금이 지자체 기금에 매칭 출연할 수 있는 근거, 그리고 지자체 기금의 예탁금 비율 상한 등 운용 기준을 국가가 표준으로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한다.
운용위원회 조항.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위해 민관 합동 운용위원회를 두고, 위원회에 사회연대경제조직 대표, 상호금융·지역신보 관계자, 학계·전문가가 참여하도록 구성을 명시한다.
보고·평가 조항. 매년 기금 운용 현황(조성액, 집행액, 예탁·예치 비율, 성과)을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해, 지금 SVS가 자발적으로 발간하는 동향보고서 수준의 투명성을 법적 의무로 격상시킨다.
이 조항들이 담기면, 지금은 별도로 움직이는 SVS 도매기금·지자체 기금·지역신보 재원이 하나의 법적 틀 안에서 연결되고, 앞서 지적한 예탁금 증가·지역 편차·융자 편중 같은 현재의 한계도 법령 차원의 기준(예탁금 상한, 지자체 설치 의무, 인내자본 비율 목표)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주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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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S 동향보고서, 『2026년 지방자치단체 사회적경제 기금 운영 현황』,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20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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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현장에 1015억원 공급한다」, 이로운넷, 20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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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경제조직'에 금융·세제 등 지원 확대」, 경향신문, 202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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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원회,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 2025.8.20 (사회연대경제기금 관련 자료: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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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홈페이지(svsfund.org) 사업소개·활동재정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