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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 사무총장 간담회

"협동조합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하자"
“협동조합은 이미 소수의 경제가 아닙니다. 젊은이들의 ‘참여’ 욕구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협동사회경제연대회의와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 준비위원회 주최로 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CICOPA) 브루노 롤런츠 사무총장과 스페인 몬드라곤의 교육기관인 오타로라(Otalora)의 미켈 레자미즈 협동조합 홍보디렉터 초청 간담회가 열렸다. 서울 충무로의 중앙자활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이 날 간담회에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 등 사회적경제 조직의 대표, 실무자 및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8만개 협동조합의 300만개 일자리
먼저 롤런츠 사무총장은 CICOPA를 간단히 소개했다. CICOPA(www.cicopa.coop)는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8개 부문조직 중 하나로, 건설·공업생산·운송·지적서비스·수공업 등 분야의 노동자협동조합들을 포괄하는 연합 조직이다. 회원 중 노동자협동조합이 85%, 사회적협동조합은 15%를 차지한다. 아주 소수지만 장인협동조합도 있다. CICOPA에 가입한 8만 여개의 협동조합은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이 중 70%는 조합원이고 나머지는 고용된 사람들(직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대안기업연합회가 정회원(ICA에는 준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데 2014년 4월 19일 창립되는 ‘대안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가 그 자격을 승계할 예정이다.
협동조합 정의와 국제 기준 제시
롤런츠 사무총장에게 “회원 조직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들어 봤다. 그는 ‘법·제도 및 정책 활동’, ‘정보 제공과 공유’, ‘조직화 사업’, ‘조사연구 및 개발 사업’ 등 CICOPA의 주요 역할에 대한 설명을 통해 협동조합연합회가 해야 할 일들은 간명하게 짚어 줬다.
“유럽연합, 국제노동기구(ILO) 등은 각 나라에서 좋은 정책이 만들어지도록, 나쁜 정책은 만들어지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회원들로부터 의견을 모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2005년 ICA 총회에서 ‘협동적 노동자소유에 대한 세계선언’(World Declaration on Cooperative Worker Ownership)이 발표됐고 이것이 ‘노동자협동조합’을 정의하는 국제기준이 됐습니다. 몇 년 후 브라질 정부가 노동자협동조합법을 제정하려 할 때 이 선언의 정의를 참조했습니다. 이런 공통 기준이 없다면 노동자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을 규정하는 것이 힘들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법·제도 및 정책 활동을 전한 뒤 ‘정보 제공과 공유’에 대해서는 “회원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ICOPA는 일반에게 공개되는 온라인 소식지와, 회원들만 공유하는 정보지 등을 만듭니다. 그리고 2년마다 열리는 ICA 총회 때 CICOPA 총회와 컨퍼런스를 따로 열고 정보를 공유합니다.
현재 우리는 대륙 간, 회원 조직 간 정보 공유를 원활히 하기 위해 동시통역이 되는 온라인 회의시스템을 구축 중입니다. 이 시스템이 마련되면 법률, 홍보, 조직지원, 그리고 ‘일반기업을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정책 연구’ 등 네 가지 분야의 실무팀을 만들 계획입니다.”
각 나라 노동자협동조합 조직화 도움
세 번째 ‘조직화 사업’에 대해서는 “CICOPA에 속하지 않은 나라의 노동자협동조합을 돕는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그리스 등에서 노동자협동조합연합회를 만드는 것을 지원하여 CICOPA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지역 연합 작업’(Regional & Subregional)에 주력한 결과 미주 CICOPA가 최근 결성됐다는 성과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도 동아시아차원에서 지역그룹을 만들어서 네트워크가 되면 좋겠다”면서 “그러면 CICOPA 사무국이 있는 벨기에 브뤼셀까지 안 오고 인근 지역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 조사연구 및 개발 사업에 대해서는 “노동자협동조합의 현황뿐만 아니라 지역에서의 개발,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경제 전반에서의 기여 등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정부나 단체가 개발계획을 세울 때 노동자협동조합이 좋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또한 그룹 협동조합의 문제, 비분할 적립금에 대한 법적이슈, 금융이슈 등 매우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 CICOPA가 확보하고 있는 국제적 전문가 풀과 회원 조직을 연결시켜주는 일도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120개 협동조합 받치는 ‘몬드라곤’의 네 다리
이어서 레자미르 디렉터는 몬드라곤을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협동조합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몬드라곤을 간단히 소개했다. “제조업, 사회서비스, 은행, 소매업, 연구소, 교육기관 등을 망라하는 120개 협동조합과 8만 명의 노동자(전부 조합원인 것은 아니다)들로 구성돼 있는 협동조합 그룹”이라는 것이다.
그는 “몬드라곤은 네 개의 다리를 가진 책상과 같다”고 설명했다. “120개의 협동조합을 떠받치기 위한 책상이라면 다리가 두 개나 세 개 보다는 네 개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다리는 ‘교육’, ‘금융’, ‘복지서비스’, ‘연구개발센터’입니다.”
첫째 다리인 ‘교육’에 대해 그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갖추고 있으며 기술학교를 공학대학으로 발전시킨” 몬드라곤의 교육 체계를 설명했다. 이어서 1957년 최초의 협동조합이 생겨난 이래 4번째 협동조합이 생겼을 때 이미 만들어진 ‘몬드라곤 은행’을 “스페인 바스크 지방에서 두 번째로 크고 스페인 북부에서 세 번째로 큰 은행으로 누구나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인 금융기관”이라고 소개했다.
마지막 ‘다리’인 15개의 연구센터가 “기술적인 것부터 경영 분야까지 연구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그는 “몬드라곤은 이렇게 네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통합 시스템이다”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세계 11위 경제 규모의 국가”
참석자들로부터 “협동조합이 세계 자본주의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작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받은 롤런츠 사무총장은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협동조합 부문을 다 합치면 세계에서 11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가 될 것입니다. 농업, 금융과 같은 특정분야에서 협동조합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농업협동조합은 그 나라 농업분야의 30%를 차지합니다. 금융협동조합은 독일 20%, 네덜란드 30~40%, 프랑스에서 5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합니다. 협동조합이 ‘마이너’라고는 누구도 말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어서 그는 “산업 및 서비스 분야에서는 작은 규모의 노동자협동조합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사실인데, 몬드라곤과 같이 연합을 구성해 규모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레자미즈 디렉터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300년 이상의 역사 속에서 시작되고 발전된 데 비해 협동조합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다”면서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협동조합 하기에 더 유리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람들은 다 글을 알고 교육을 많이 받으며, 소통도 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지식이 부족해 소수의 상위 지배자들에게 휘둘렸지만 지금을 그렇지 않죠. 지금은 참여(Participation)의 시대입니다. 참여 중에서도 ‘경영’(management)에 참여하고 ‘결과’(Results)에 같이 책임지며, ‘소유권’(Ownership)을 함께 가지는 차원의 참여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기업에서 이런 참여는 주주들에게만 가능하지만 노동자협동조합에서는 이런 참여가 일상적으로 가능합니다. 생태적 가치, 자율성 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의 욕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은 주류화 될 가능성을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노동조합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중요”
이밖에 노동조합과 노동자협동조합의 관계, ILO와 CICOPA의 관계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롤런츠 사무총장은 “ILO와 CICOPA는 역동적이고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도 “노동조합 운동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노동조합운동이 노동자협동조합을 전략적 파트너로 보고 강하게 지원하였고, 지금은 브라질, 퀘벡, 그리스 등이 그렇다는 예를 소개하면서 “노동조합 쪽에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 한두 명이라도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레자미즈 디렉터는 “노동조합의 궁극적 목표는 자신의 운명을 남이 아닌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므로 노동조합의 궁극적 목표는 노동자협동조합과 연결된다”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파산한 '파고르' 4000명 노동자는 지금
몬드라곤 그룹의 첫 번째 협동조합이었고 제조업의 중심이었던 전자제품 기업 ‘파고르’가 2013년 말 문을 닫은 데 대한 질문이 나왔다. 롤런츠 사무총장은 유럽의 경제 위기와 경쟁 구도 속에서 파고르가 파산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난 50년 동안 몬드라곤에서 조합원을 해고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파고르의 4000명 직원들에 대한 조치도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1000여명이 이미 다른 조합을 재배치됐으며 곧 400명의 재배치가 이뤄질 예정이며 실업급여를 받으며 버티고 있는 조합원들에 대해서도 고용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고르의 생산 라인 중에서 부가가치를 여전히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분리해 따로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예다.
레자미즈 디렉터는 “앞으로 3~4개월이 더 소요될 듯한데 그 사이에 재배치를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다른 협동조합들이 파고르 노동자를 위해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배려를 하고 있으며 이것이 ‘협동조합 간 협동’이 중요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간담회를 정리하면서 레자미즈 디렉터는 “변화하는 사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기보다 협동조합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한다”면서 “여러분도 몬드라곤의 네 개의 다리와 같은 기둥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제 막 협동조합에 대한 비전을 품은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새롭게 해 나갈 많은 일과 그에 따른 변화를 꿈꾸게 해 준 의미 있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