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과 지표 — 그리고 그 비판
마스다 보고서(2014)가 일본에서 896개 지자체의 소멸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 출발점이고, 한국에서는 소멸위험지수가 이를 지표화했습니다.
소멸위험지수 = 20~39세 여성인구 ÷ 65세 이상 인구
0.5 미만 = 소멸위험지역, 0.2 미만 = 소멸고위험지역
널리 쓰이지만 비판도 분명합니다. 가임 여성을 분자로 삼는 구성이 인구를 재생산 기능으로 환원한다는 지적이 있고, '소멸'이라는 표현 자체가 결정론적입니다. 인구가 줄어도 지역은 존속합니다. 그래서 국제 문헌은 축소도시(shrinking city) 와 스마트 축소(smart shrinkage) 라는 중립적 개념을 씁니다.
정책 체계
2021년 행정안전부가 89개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했고, 여기에 관심지역 18개가 추가됐습니다. 2023년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시행되며 법적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연 1조 원 규모로 10년간 운영됩니다. 기초지원계정 7,500억 원과 광역지원계정 2,500억 원으로 나뉘고, 투자계획과 성과를 평가해 차등 배분합니다. 서면검토·현장방문·대면발표 3단계 평가를 거쳐 S·A·B 등급을 매기고, 기본 72억 원에 성과 인센티브를 최대 88억 원까지 더하는 구조입니다.
2026년에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기존의 시설 조성 위주에서 '사람(정주·체류인구) 중심' 사업으로 우선순위를 옮겼습니다. 건물을 짓는 대신 사람이 오게 만드는 쪽으로요.
그 밖에 고향사랑기부제(2023~)가 도입됐는데, 앞서 본 사회연대경제기본법에 답례품 우선 반영 조항이 들어간 것이 이 제도와의 연결 고리입니다.
생활인구 — 가장 중요한 개념 전환
이것이 최근 정책 변화의 핵심입니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이 생활인구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등록인구에 더해 월 1회 이상, 3시간 이상 머무는 체류인구를 포함해 산정합니다. 일본의 관계인구(関係人口) 개념 — 정주도 관광도 아닌 중간 형태 — 에 대응합니다.
그리고 실제 숫자가 충격적입니다.
구분 | 규모 | 등록인구 대비 |
등록인구 | 484만 명 | 1.0배 |
체류인구 | 2,098만 명 | 4.3배 |
생활인구 | 2,582만 명 | 5.3배 |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가 등록인구의 5배가 넘습니다. 무주·평창·구례처럼 스키장이나 축제가 있는 곳은 월별로 12~15배에 달하기도 합니다.
이 숫자가 정책 판단의 근거를 바꿉니다. 등록인구 기준으로 보면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는 지역이, 생활인구로 보면 상당한 수요가 존재합니다. 분모가 바뀌면 결론이 바뀝니다.
인구 유출의 구조
청년 유출이 핵심이고, 그중 여성 유출이 더 큽니다.
경로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대학 진학으로 떠나고, 취업으로 정착합니다. 그런데 지역 산업이 제조업 중심이면 여성 일자리가 부족해 여성이 먼저 떠납니다. 그러면 성비가 무너지고, 혼인과 출산이 줄고, 감소가 가속됩니다.
즉 인구 문제는 산업 구조 문제입니다. 정주 지원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두 갈래 대응 논리
인구 회복형은 출산 장려와 청년 유입, 정주 지원에 집중합니다. 문제는 지자체 간 제로섬 경쟁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사 보조금으로 옆 지역 인구를 데려와도 국가 전체로는 순효과가 없습니다.
축소 적응형은 인구 감소를 전제하고 공공서비스를 재배치합니다. 독일 동부와 일본의 콤팩트시티가 사례죠. 정치적으로 어렵습니다 — 지역 포기로 읽히니까요.
2026년의 '사람 중심' 전환과 생활인구 개념은 제3의 길에 가깝습니다. 정주인구를 늘리려 애쓰는 대신, 관계 맺는 인구를 늘려 지역을 유지하려는 접근입니다.
금융과 지역소멸 — 악순환의 고리
여기가 선생님 연구와 직접 맞닿는 지점입니다.
인구가 줄면 지점 수익성이 떨어지고, 지점이 철수하면 금융 접근성이 나빠지며, 그것이 정주 여건을 악화시켜 인구가 더 줄어듭니다. 미국 문헌은 이를 금융 사막(banking desert) 이라 부르고 상당한 연구가 축적되어 있는데, 국내에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상호금융이 여기서 특수한 위치에 있습니다. 앞서 확인했듯 시중은행이 지점을 줄이는 동안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오히려 늘렸습니다. 시중은행이 철수한 지역에서 유일한 금융기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선생님의 2022년 결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비수도권에서 지점 감소가 포용과 효율을 모두 저해한다는 발견은, 그 지역에서 지점이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대체재가 없으니까요.
실제로 새마을금고 진영에서도 지역소멸 대응을 논의하며 포용금융과 관계형 대출 강화를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 한국판 금융 사막 연구가 비어 있습니다.
이미 시군구 단위 12년 패널을 갖고 계시니, 여기에 금융기관 지점 위치 데이터를 결합하면 금융 사막을 식별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상호금융·우체국을 구분해 어떤 기관이 마지막까지 남는가를 보면, 지역 금융의 최후 보루가 무엇인지 실증됩니다.
미국 문헌이 확립한 개념을 한국에 적용하는 첫 연구가 되고, 국제 학술지에 접속하기도 좋습니다.
둘째 — 생활인구가 금융포용지수의 새로운 분모입니다.
이게 방법론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금융포용지수는 대개 인구당 지점 수, 인구당 계좌 수처럼 등록인구를 분모로 씁니다. 그런데 생활인구가 등록인구의 5배라면, 기존 지수는 인구감소지역의 금융포용을 심각하게 과대평가했을 수 있습니다. 지점 하나가 감당하는 실제 수요가 훨씬 크니까요.
반대 해석도 가능합니다. 체류인구는 금융 거래 수요가 낮으므로 과대 조정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검증할 가치가 있고, 통계청이 생활인구를 공식 산정·공표하므로 데이터가 있습니다.
앞서 만드신 지수를 등록인구 기준과 생활인구 기준으로 각각 산출해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논문이 됩니다. 그리고 이는 지수 방법론 자체에 대한 기여입니다.
셋째, 소멸위험지수와 금융포용지수를 결합할 수 있습니다. 두 지수 모두 시군구 단위이므로 결합이 용이합니다. 금융포용이 인구 유출을 완화하는가, 아니면 인구 유출이 금융포용을 낮추는가 — 인과 방향을 다루는 것 자체가 연구 질문이고, 지점 폐쇄 시점을 도구변수로 쓰는 설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넷째, 지방소멸대응기금 평가 경험이 자산입니다. 광주광역시 성과평가위원회 위원을 지내셨고, 이 기금은 투자계획 평가로 배분이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평가 지표 설계는 AHP 방법론이 쓰이는 영역이고, 2026년 '사람 중심' 전환에 맞춘 지표 개편이 진행 중이라 시의성도 있습니다.
다섯째,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 자금 유입 경로입니다. 앞서 다룬 지역 자금순환 논의에서 누출만 다뤘는데, 고향사랑기부제는 역방향 흐름입니다. 그리고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답례품에 사회연대경제 제품을 우선 반영하도록 하면, 기부금이 지역 SSE 조직의 매출로 전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앞서 다룬 판로 문제의 새로운 채널이기도 합니다.
여섯째, PSPS에서 구조가 같습니다. 개도국의 농촌-도시 이주는 한국이 1960~70년대에 겪은 것이고, 지금 인구감소지역이 겪는 것은 그 이주의 장기 귀결입니다. 한 나라 안에서 이촌향도의 시작과 끝을 모두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한국 사례의 교육적 가치이고, 학생들에게 자국의 현재를 시간축 위에 놓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