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고용 효과와 취약계층 노동통합(WISE)

WISE — 일자리 자체가 개입 수단

노동통합 사회적기업(Work Integration Social Enterprise)은 EMES 네트워크가 정립한 개념입니다.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사람을 일을 통해 통합하는 것이 목적이고,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고용 그 자체가 처방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회적기업과 구분됩니다.
한국의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과 자활기업이 여기 해당하고, 전체 인증기업의 60% 이상이 이 유형입니다.

EMES의 네 가지 모델 — 이 구분이 핵심입니다

Davister·Defourny·Gregoire가 유럽 사례를 정리하며 제시한 분류입니다.
모델
목적
고용 성격
보조금
전환형
일반 노동시장 이행
한시적
한시적
자체재원 영구형
시장에서 자립하는 일자리
영구
없음
영구 보조형
생산성 격차를 보전하며 고용 유지
영구
영구
사회화형
사회적 재통합, 자립생활
영구
영구
네 모델은 성공의 정의가 다릅니다. 전환형은 사람이 떠나야 성공이고, 영구 보조형은 사람이 남아야 성공입니다. 사회화형은 애초에 노동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보조금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전환형에서 보조금은 마중물이지만, 영구 보조형에서 보조금은 생산성 격차의 항구적 보전입니다. 끊으면 안 되는 돈입니다.

한국의 설계 오류

한국은 이 넷을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일자리제공형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묶고, 모두에게 최대 5년(예비 2년 + 인증 3년)의 시한부 인건비 지원을 적용합니다.
이는 모든 WISE를 전환형으로 가정한 설계입니다. 5년 안에 생산성이 시장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제죠.
그런데 실제 대상의 상당수는 전환형이 아닙니다. 중증장애인, 고령 저소득자, 장기실업자, 출소자 같은 집단은 유럽 기준으로 영구 보조형이나 사회화형에 해당합니다. 이들에게 5년 시한을 적용하면 6년째에 고용이 무너지는 것은 정책 실패가 아니라 설계의 논리적 귀결입니다.
앞서 확인한 숫자 — 지원 종료 후 1년 이상 고용유지율 29.2% — 가 여기서 설명됩니다.

결정적 증거 — 생산성 격차 35%

국내 실증 연구가 이 진단을 뒷받침합니다.
한국 사회적기업의 생산함수와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추정한 연구에 따르면, 비취약계층 근로자의 생산성은 임금의 약 67%, 취약계층은 약 35% 수준입니다.
이 숫자의 함의는 무겁습니다.
취약계층 근로자가 임금의 35%만큼만 생산한다면 나머지 65%는 누군가 메워야 합니다. 지금은 보조금이 메우고 있고, 보조금이 끊기면 조직이 자체 수익으로 메우거나 고용을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격차는 5년의 훈련으로 좁혀지는 크기가 아닙니다. 만약 좁혀질 수 있는 격차라면 전환형 설계가 타당하지만, 35%라는 수치는 구조적 격차를 시사합니다.
즉 한국의 WISE 정책은 영구 보조가 필요한 대상에게 한시적 보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원이 끝나면 고용이 사라지는 것을 정책 실패로 해석해 조직을 탓해왔습니다.

고용효과 측정의 세 함정

WISE의 고용효과를 재려면 세 가지를 빼야 합니다. 앞서 임팩트 공식에서 본 항목들입니다.
사중손실 — 지원이 없었어도 고용됐을 사람. 대체효과 — 지원 대상자가 비대상자의 자리를 차지한 부분. 전위효과 — 지원받은 기업이 경쟁 기업의 시장을 잠식해 그쪽 고용이 줄어든 부분.
순 고용효과 = 총 고용 − 사중손실 − 대체 − 전위
국제 평가에서 순 효과는 총 효과의 절반 이하로 추정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적기업 연구에서 이 셋을 통제한 추정은 사실상 없습니다.
다만 국내 연구가 확인한 유용한 사실은 있습니다. 단위 지원금당 취약계층 고용창출 효과는 지자체 지원금이 고용노동부 지원금의 약 2배로 나타납니다. 지원 주체에 따라 효율이 다르다는 것이고, 이는 앞서 다룬 지역 거버넌스 논의와 이어집니다.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문헌과의 대조

여기서 냉정한 비교가 필요합니다.
ALMP 메타분석 — Card, Kluve, Weber의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 이 확인한 것은 공공부문 직접일자리 창출이 가장 효과가 약한 유형이라는 점입니다. 훈련 프로그램은 중장기에 효과가 나타나고 민간부문 임금보조는 상대적으로 낫지만, 직접 일자리 창출은 단기에 효과가 없거나 부정적입니다. 잠금효과 때문에 프로그램 참여 중 구직활동이 오히려 줄어들기도 합니다.
WISE는 형태상 직접일자리 창출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문헌이 예측하는 성적이 낮은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여기에 반론이 있습니다. ALMP 문헌의 성과 지표는 일반 노동시장 취업률입니다. 대상이 일반 실업자니까요. 반면 WISE의 상당 부분은 애초에 일반 노동시장 진입이 목표가 아닌 집단을 다룹니다.
즉 잘못된 성과 지표로 평가받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회화형 WISE를 취업률로 평가하는 것은 요양시설을 완치율로 평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 최저임금 연구 두 편이 여기서 가장 날카롭게 쓰입니다.
생산성이 임금의 35%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조직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직접적인 격차 확대입니다. 그리고 인건비 지원 단가가 최저임금에 연동되므로 지원과 부담이 함께 오르는데, 지원은 5년으로 끝나고 부담은 남습니다.
2020년 「최저임금 인상의 비기대 충격」에서 임시일용직, 특히 지식집약산업에서 부정적 효과를 확인하셨습니다. WISE는 임시일용직과 취약계층 비중이 가장 높은 부문입니다. 최저임금 충격이 가장 크게 나타날 곳인데 아무도 그 각도로 보지 않았습니다.
둘째, 생산성 격차 추정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임금의 35%라는 추정치가 있지만, 취약계층 유형별로 얼마나 다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고령자와 장애인과 장기실업자의 격차가 같을 리 없습니다. 유형별 격차를 추정하면 어떤 집단에 영구 보조가 필요하고 어떤 집단에 전환형이 타당한지를 데이터로 가를 수 있습니다. 이건 EMES 4모델을 한국에 적용하는 실증 작업이 됩니다.
셋째, 고용 지속을 생존분석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앞서 조직 단위 생존분석을 말씀드렸는데, 근로자 단위도 가능합니다. 지원 종료를 시점 사건으로 두고 취약계층 유형·업종·지역별 이탈 위험을 추정하면, 29.2%라는 총량 수치가 누구의 이탈인지 분해됩니다.
넷째, 순 고용효과 추정이 비어 있습니다. 사중손실과 대체효과를 통제한 추정이 없다는 것은, 정책 효과에 대한 논쟁이 근거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성향점수매칭과 이중차분을 결합하면 접근 가능하고, 지원 종료라는 명확한 시점이 식별에 유리합니다.
다섯째, 대상 집단이 서민금융 연구와 겹칩니다. 2017년 「저소득층 개인의 신용위험 특성요인」에서 신용위험이 인구학적 속성보다 고용 불안정성과 주거비 부담에 더 의존한다고 밝히셨습니다. WISE 근로자가 정확히 그 집단이고, 고용을 통한 소득 안정이 신용위험을 실제로 낮추는가는 두 연구 계열을 잇는 질문입니다.
여섯째, PSPS에서 던질 질문이 있습니다. 개도국 비공식 부문에서는 거의 모두가 취약계층이고 거의 모든 노동이 비공식입니다. 이런 조건에서 WISE 개념이 성립하는가. 통합해 들어갈 '정규 노동시장'이 없다면 노동통합은 무엇을 뜻하는가. 유럽에서 만들어진 개념을 그대로 이전할 수 없는 대표적 사례이고, 학생들에게 개념의 맥락 의존성을 보여주기 좋은 소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