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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자원과 노동:

일자리의 질, 임금, 이중적 정체성(활동가/노동자)

역설부터 —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조직의 일자리가 취약하다

이 영역의 핵심 긴장입니다. 사회적기업 근로자의 상당 부분이 취약계층이고,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조직의 존재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 자체가 저임금·단기·불안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ILO가 2022년 결의의 제목을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연대경제」로 잡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SSE가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확신이 아니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 설정에 가깝습니다.

일자리의 질 — 확인된 패턴

실증 연구가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엇갈린 성적표입니다.
잘하는 것. 고용 안정성이 높습니다. 앞서 노동자협동조합에서 봤듯 경기 충격이 오면 고용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부 임금격차도 작습니다 — 몬드라곤이 최고-최저 임금배율을 제한해온 것이 상징적이고, 한국 사회적기업도 임원과 직원의 격차가 일반 기업보다 훨씬 작습니다. 직무 자율성과 일의 의미에 대한 만족도도 높게 나옵니다.
못하는 것. 임금 수준이 낮고 근속이 짧습니다. 사회적기업 비정규직의 이직의도 연구는 임금, 직무자율성, 직무불안정성, 직장문화를 결정요인으로 지목하는데, 자율성과 문화는 좋은 편이니 결국 임금과 불안정성이 이탈을 만듭니다.
그리고 앞서 확인한 숫자가 여기서 다시 나옵니다. 일자리창출사업 종료 후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 50%, 1년 이상 29.2%. 평등하지만 낮은 수준의 평등이라는 표현이 정확합니다.

임금 — 보조금이 임금을 억제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구조적 지적입니다.
인건비 지원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지원을 받는 조직에게 최저임금은 하한이 아니라 사실상 기준선이자 상한이 됩니다. 지원 단가를 넘는 임금은 자체 부담이 되니까요.
그 결과 정책이 저임금을 제도화하는 효과가 생깁니다. 지원 기간에 임금이 최저임금 근처에 고정되고, 지원이 끝나면 인상 여력은 더 줄어듭니다. 인건비 지원 수혜 기업들이 지원 기간에는 성과가 좋다가 종료 후 급감한다는 관찰도 같은 구조를 가리킵니다.
돌봄 부문에서는 여기에 비용병이 겹칩니다. 생산성 향상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영역인데 임금은 사회 평균을 따라가야 하니, 수가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저임금이 고착됩니다. 앞서 페미니스트 경제학에서 다룬 돌봄 페널티가 SSE 부문에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이중적 정체성 — 가장 깊은 문제

SSE 종사자는 일하는 사람이자 운동하는 사람입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청년 세대의 'social activist-worker' 경험이 연구 주제로 다뤄져 왔습니다.
이 이중성이 노동 문제를 특이한 방식으로 작동시킵니다.
첫째, 사명이 낮은 보상을 정당화합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니 임금이 낮아도 감수해야 한다는 규범이 만들어집니다. 영어권 문헌은 이를 열정 착취(passion exploitation) 또는 '사랑의 노동'이라 부릅니다. 보상적 임금격차 이론이 뒤집혀 작동하는 셈입니다.
둘째, 문제 제기가 배신으로 읽힙니다. 노동조건을 말하면 조직의 대의에 대한 헌신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발언이 억제되고, 대신 조용한 이탈이 일어납니다.
셋째, 교섭 상대가 모호합니다. "우리가 곧 조직인데 누구와 교섭하는가." 특히 노동자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이면서 노동자이므로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 자체가 쟁점이 됩니다. 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노동자·이용자·자원봉사자가 함께 조합원이어서 이해상충이 이사회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소진과 세대교체

높은 헌신 + 낮은 보상 + 모호한 경계 = 소진. 사회복지 부문 연구가 오래 확인해온 경로이고, 직무 모호성, 과중한 업무, 클라이언트 갈등, 상급자 지원 부족, 폐쇄적 조직 소통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여기에 세대 문제가 겹칩니다. 1세대는 운동 출신으로 사명을 우선했지만, 2세대는 이를 직업으로 선택했고 노동조건을 당연한 협상 대상으로 봅니다. 두 관점이 한 조직 안에 있으면 갈등이 생기고, 대개 후자가 떠납니다.
앞서 시민사회단체에서 본 상근자 이탈과 세대교체 실패가 같은 구조입니다. 조직의 존속을 위해 필요한 것이 사명이 아니라 처우일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이 부문의 미완의 과제입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 최저임금 연구 두 편이 여기서 다시 쓰입니다.
SSE는 최저임금 인상에 이중으로 민감한 부문입니다. 인건비 비중이 높고, 정부 지원 단가가 최저임금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최저임금 인상의 비기대 충격이 산업·일자리 특성별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서 총고용은 늘어도 임시일용직은 줄어든다는 결과를 얻으셨는데, 사회적기업 부문은 임시일용직과 취약계층 비중이 가장 높은 집단입니다.
즉 최저임금 충격이 가장 크게 나타날 부문인데 아무도 그 각도로 보지 않았습니다. 사회적기업 경영공시 자료와 최저임금 인상 시점을 결합하면 기존 논문의 직접적 확장이 됩니다.
둘째, 2018년 이직·채용비용 논문의 방법론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인적자본기업패널로 이직이 채용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보셨는데, 이직률이 높은 SSE 부문에서 이 비용은 훨씬 클 것입니다. 취약계층 고용은 훈련 투자가 크고 대체 인력 확보도 어려우니까요. 여기에 인건비 지원 종료라는 예측 가능한 이직 유발 시점이 있어 식별이 용이합니다.
셋째, 사회적가치 화폐화에서 '일자리의 질'을 어떻게 잴 것인가가 핵심 쟁점입니다. 2026년 시범사업이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환산하는데, 고용 인원 수만 세면 저임금 단기 일자리를 양산할 유인이 생깁니다. 임금 수준, 근속, 고용형태, 내부 격차를 어떻게 가중할 것인가는 AHP로 다루기 좋은 문제이고, 2017년 중소기업 CSR 평가체계 연구에서 이미 노동 관련 지표를 다루신 경험이 있습니다.
넷째, 이중적 정체성은 지배구조 문제와 이어집니다. 앞서 본 '통제의 공백'이 노동 영역에서는 발언의 봉쇄로 나타납니다. 참여를 전제한 조직에서 오히려 문제 제기가 어렵다는 역설이고, 조합원 참여도와 노동조건의 관계는 실증 가능한 질문입니다.
다섯째, PSPS 맥락에서 무급과 유급의 경계가 쟁점입니다. 개도국 SSE 조직은 자원봉사에 크게 의존하고, 그 자원봉사는 대개 여성의 무급 노동입니다. 앞서 다룬 페미니스트 경제학의 문제의식이 여기서 현장 문제로 나타나고, PAP 문항으로 물을 만한 영역입니다 — "귀하의 나라에서 이런 조직의 인력은 유급인가, 무급인가, 누가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