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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가치 측정 방법론:

SROI, SVI, IRIS+, 사회적회계

왜 방법론이 여럿인가 — 목적이 다르기 때문

측정 도구가 난립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도구들입니다. 이걸 구분하지 않으면 도구를 잘못 씁니다.
목적
질문
적합한 도구
책무성
자금을 제대로 썼는가
사회적회계, GRI
경영관리
무엇을 개선할 것인가
로직모델, IMM
자원배분
어디에 투입할 것인가
SROI, 비용편익
비교·선별
어느 조직이 더 나은가
SVI, IRIS+
실무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SROI를 비교에 쓰는 것입니다. 뒤에서 보겠지만 SROI는 애초에 비교용으로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공통 뼈대 — 로직모델과 임팩트 공식

모든 방법론이 같은 사슬 위에 있습니다.
투입 → 활동 → 산출(output) → 결과(outcome) → 임팩트(impact)
가장 흔한 오류는 산출과 결과의 혼동입니다. 교육 이수자 수는 산출이고 취업률은 결과입니다. 정부 지원사업 대부분이 산출로 성과를 재는 이유는 그것이 세기 쉽기 때문이지 그것이 목적이어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결과가 곧 임팩트도 아닙니다. 임팩트를 얻으려면 네 가지를 빼야 합니다.
임팩트 = 결과 − 사중손실 − 타인 기여 − 전위효과 − 체감
사중손실은 개입이 없었어도 일어났을 부분, 전위효과는 다른 곳의 성과를 옮겨온 부분입니다. 앞서 지역화폐 논쟁에서 인접 지역 매출 전이가 쟁점이 됐던 것이 정확히 이 항목이고, 사회적기업 고용 효과 논쟁에서 사중손실이 문제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공식이 방법론들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여기까지 계산하는가, 결과에서 멈추는가.

SROI

1996년 미국 REDF에서 시작해 Social Value International이 원칙을 정립했습니다. 결과에 화폐가치를 부여하고 위 공식으로 임팩트를 확정한 뒤, 투입 대비 사회적 가치의 비율을 냅니다. "1원 투입에 3.5원의 사회적 가치" 같은 형태죠.
일곱 원칙 중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자 참여, 과대주장 금지, 투명성, 외부 검증입니다.
그런데 비판이 만만치 않습니다.
대리지표의 자의성이 가장 큽니다. 자존감 향상을 얼마로 환산할 것인가. 같은 사업이라도 프록시 선택에 따라 결과가 배로 달라집니다.
그래서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각 SROI는 고유한 가정 위에 세워지므로 조직 간 비교에 쓸 수 없습니다. Social Value International 자신이 비율만 떼어 인용하지 말라고 명시하는데, 실무에서는 정확히 그렇게 쓰입니다.
평가 주체의 편향도 있습니다. 대개 사업 수행 조직이 자기 평가를 하고, 자원봉사나 무급노동 같은 비용은 누락되기 쉽습니다. 재무회계와 달리 독립 감사 체계가 없다는 것이 근본 문제입니다.

SVI — 한국의 표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개발한 사회적가치지표사회적 성과·경제적 성과·혁신 성과 세 관점, 14개 지표로 구성됩니다. 100점 배점으로 등급을 매기고, 정부 지원사업 심사와 우수기업 선정에 연계됩니다.
성격을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SVI는 임팩트 측정이 아니라 조직 진단에 가깝습니다. 미션 설정, 사업활동의 사회적 가치, 이해관계자 참여, 사회적 목적 재투자 같은 지표는 과정과 구조를 봅니다. 실제로 얼마나 변화를 만들었는지(outcome)는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이는 단점이자 장점입니다. 소규모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일관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용적이지만, 산출과 구조를 잘 갖춘 조직이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라 실질적 성과와 괴리될 수 있습니다. 업종과 규모를 가리지 않고 일률 적용된다는 지적도 반복됩니다.
한편 화폐화 계열로는 SK그룹이 주도한 사회성과인센티브(SPC)가 있었습니다. 사회서비스·고용·환경·사회생태계 네 영역의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정부 시범사업 — 사회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해 성과 비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국비 50억 + 지방비 50억 규모 사업 — 은 사실상 이 모델의 공공화로 보입니다. 민간 실험을 정책으로 옮기는 것이고, 그만큼 방법론의 표준화 압력이 커집니다.

IRIS+

GIIN이 운영하는 임팩트투자용 지표 카탈로그입니다. 화폐화하지 않고 표준화된 지표 세트를 제공한다는 점이 SROI와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Impact Management Project의 다섯 차원 — 무엇을(What), 누구에게(Who), 얼마나(How Much), 기여도(Contribution), 위험(Risk) — 과 결합해 쓰이고 SDG에 매핑됩니다.
강점은 비교 가능성입니다. 여러 투자자가 같은 지표를 쓰면 포트폴리오 간 비교가 가능해집니다. 약점은 가치 판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표는 주지만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말하지 않습니다.

사회적회계

1990년대 영국에서 발전한 방식으로, 재무회계와 병행하는 별도의 회계 체계입니다. 이해관계자 참여로 지표를 정하고 연간 사회보고서를 작성한 뒤 외부 감사 패널의 검증을 받습니다.
화폐화하지 않고 서술과 지표를 병용한다는 점, 그리고 검증 절차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앞서 지적한 SROI의 감사 부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설계인데, 비용이 크고 비교가 불가능해 널리 확산되지는 못했습니다.

근본 쟁점 넷

① 화폐화할 것인가. 화폐화하면 정책 언어와 통하고 자원배분 결정에 쓸 수 있지만, 환원주의와 프록시 자의성을 감수해야 합니다. 절충안은 화폐화하되 비율로 쓰지 않고 절대액으로만 쓰는 것입니다.
② 누가 검증하는가. 재무회계에는 외부감사가 의무인데 사회적가치에는 없습니다. 검증 인프라의 부재가 이 분야의 가장 근본적인 취약점이고, 2026년 시범사업이 인센티브를 화폐로 지급한다면 이 문제가 즉시 현실화됩니다.
③ 측정 비용을 누가 감당하는가. 앞서 SIB가 확산되지 못한 주된 이유가 측정·평가 비용이 사업비에 육박했기 때문입니다. 소규모 조직에는 정교한 측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④ 굿하트의 법칙. 지표가 목표가 되면 지표로서의 기능을 잃습니다. 사회적가치 점수에 인센티브를 연동하면 점수 최적화 행동이 나타나고, 이는 앞서 본 우선구매 실적 부풀리기와 같은 구조입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두 편의 AHP 논문이 이 분야의 핵심 난제를 이미 다뤘습니다.
2017년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전략 수립을 위한 평가체계 분석연구」에서 학계·공공기관은 이해관계자 상생을, 현업 담당자는 수익성·생산성과 경영윤리를 중시한다는 인식 차이를 발견하셨습니다. 2024년 「AHP 분석을 활용한 대학의 사회적 영향력 평가지표 개발」에서 지표 중요도가 이해관계자별로 차별적이라는 같은 구조의 결과를 얻으셨고요.
이 발견이 SROI와 SVI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입니다. SROI의 프록시 선택, SVI의 지표 가중치, 사회성과 화폐화의 환산율 — 모두 "누가 가치의 크기를 정하는가"라는 하나의 질문입니다. 그리고 두 논문은 그 답이 주체마다 다르다는 것을 실증했습니다.
즉 선생님은 7년 간격으로 두 번, 서로 다른 대상에서 같은 명제를 확인하셨습니다. 이건 방법론 문헌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발견입니다. "단일 가중치의 표준 지표는 성립하지 않으며, 주체별 가중치를 병기하는 이중 구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사회적가치 측정 일반으로 확장하는 논문이 가능합니다.
둘째, 금융포용지수 구축 경험이 방법론적 자산입니다. 다차원 현상을 하나의 지수로 압축하는 작업을 이미 해보셨습니다. 차이가 논점을 만듭니다. 금융포용지수는 관찰 가능한 행정 데이터로 만들었고 사회적가치 지수는 주관적 가치판단을 포함합니다. 전자에서 확립한 지수 구성 원칙 — 변수 선택, 정규화, 가중, 검증 — 을 후자에 적용하면 방법론적 엄밀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2026년 시범사업은 방법론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국비 50억 + 지방비 50억이 배정됐지만 화폐 환산 방법, 검증 체계, 대상 범위가 열려 있습니다. AHP 기반 지표 개발과 지수 구축 경험을 함께 갖춘 연구자가 드물다는 점에서 자문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시기도 지금입니다.
넷째, 금융 관점의 질문이 비어 있습니다. 사회적가치 점수가 신용위험과 어떤 관계인가. 앞서 다룬 기술보증기금의 소셜벤처 판별이 이미 사회성 점수를 보증 심사에 쓰고 있으니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사회성 점수의 부도 예측력을 검증하면, 2016년 「비재무적 정보는 중요한가」의 직접적 후속이 되면서 동시에 사회적가치 측정의 외적 타당성 검증이 됩니다. 측정값이 실제 행동을 예측한다면 그 측정은 신뢰할 만하다는 논증이니까요.
다섯째, PAP 설계에도 그대로 쓰입니다. 앞서 정리한 대로 OECD 권고 9개 구성요소를 문항 틀로 쓰면서, 각 항목의 상대적 중요도를 국가별·응답자 유형별로 다르게 잡아야 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해관계자별 가중치 차이라는 발견이 국제 비교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그 자체로 연구 결과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