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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규범:

ILO 결의(2022), UN 총회 결의(2023), OECD·EU 액션플랜

규범이 만들어진 순서

주목할 점은 정의가 먼저, 정치적 승인이 나중이었다는 것입니다. 보통은 반대인데, SSE는 노동 분야 국제기구가 개념을 확정한 뒤 그것이 UN 총회로 올라갔습니다.
시기
문서
성격
2002.6
ILO 권고 제193호 (협동조합 촉진)
전사(前史)
2021.12
EU 사회적경제 행동계획
지역 정책 프로그램
2022.6.10
OECD 이사회 권고 (SSE·사회혁신)
정책 설계 도구
2022.6
ILO 제110차 총회 결의
정의 확정
2023.4.18
UN 총회 결의 A/RES/77/281
정치적 승인
2023.11.27
EU 이사회 권고 (사회적경제 여건 조성)
이행 의무 부여
2024.12.19
UN 총회 결의 A/RES/79/213
재확인·구체화
2025
두 번째 세계협동조합의 해
캠페인

ILO 2022 — 정의를 만든 문서

제110차 국제노동총회가 채택한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연대경제에 관한 결의」가 국제적으로 합의된 최초의 SSE 정의입니다.
정의의 요체는 네 원칙입니다. 자발적 협력과 상호부조, 민주적·참여적 거버넌스,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잉여·이윤·자산의 배분에서 자본보다 사람과 사회적 목적의 우선. 여기에 협동조합·결사체·공제조합·재단·사회적기업·자조집단이 포함됩니다.
왜 이 정의가 중요한가. 앞서 본 개념 논쟁 — 비영리섹터는 협동조합을 배제하고, 사회적경제는 법적 형태로 정의하며, 연대경제는 비공식 조직을 포함한다는 대립 — 을 국제기구가 정면으로 봉합한 문서이기 때문입니다. 자조집단을 명시적으로 넣고 비공식 경제에서 공식 경제로의 이행을 언급한 대목이 라틴아메리카 계열의 요구를 수용한 지점입니다.
ILO는 이와 함께 2023~2029년 전략과 행동계획도 채택했습니다.

OECD 2022 — 정책 도구를 만든 문서

2022년 6월 10일 각료급 이사회에서 채택된 「사회연대경제와 사회혁신에 관한 권고」는 OECD 최초의 SSE 법적 문서입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채택국은 이행을 보고합니다.
아홉 개 구성요소로 짜여 있습니다.
① 사회적경제 문화 ② 제도적 틀 ③ 법·규제 틀 ④ 금융 접근성시장 접근성 ⑥ 역량과 경영지원 ⑦ 임팩트 관리·측정·보고데이터 ⑨ 사회혁신
이 아홉 개가 사실상 국제 표준 체크리스트로 기능합니다. 앞서 본 UN 브리프의 정책 생태계 9영역과 상당 부분 겹치고, 한국의 2026년 정책방향(사회적가치 평가 연계, 판로 확대, 융자 신설, 데이터 기반)도 이 틀 안에서 읽힙니다.

UN 2023·2024 — 정당성을 만든 문서들

A/RES/77/281(2023년 4월 18일, 제66차 본회의)이 첫 결의입니다. 칠레·세네갈·스페인이 조정국을 맡은 핵심그룹이 주도했고 합의로 채택됐습니다. ILO 정의를 그대로 채택하면서 SSE가 SDGs 달성과 현지화에 기여함을 인정하고, 회원국에 국가 전략·정책·법적 틀 마련을 권고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024년 10월 SSE에 관한 사무총장 최초 보고서가 나왔고, 이를 토대로 제2위원회가 11월 26일 찬성 175, 반대 0으로 새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12월 19일 총회가 A/RES/79/213을 최종 채택했습니다. 공동제안국이 57개국으로 늘었습니다.
즉 SSE는 일회성 선언이 아니라 UN 의제로 정착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사무총장 보고 체계가 생겼다는 점이 특히 중요합니다.

EU — 유일하게 이행 의무가 있는 체계

2021년 12월 사회적경제 행동계획은 세 갈래였습니다. 여건 조성(국가보조·조세·법적 틀), 기회 확대(재원·역량·시장·공공조달), 가시성 제고.
결정적 진전은 2023년 11월 27일 EU 이사회 권고입니다. 집행위 제안(6월 13일)이 이사회에서 채택되면서, 회원국은 18개월 내에 사회적경제 국가전략을 수립하거나 갱신해야 하고 집행위가 고용위원회·사회보호위원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이행을 점검합니다.
국제 규범 중 유일하게 기한과 모니터링이 붙은 체계입니다. 나머지는 권고와 결의에 머뭅니다.

한국의 부재

여기서 짚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한국은 이 흐름에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A/RES/77/281 핵심그룹 15개국에도, A/RES/79/213 공동제안국 57개국 명단에도 한국이 없습니다. 반면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몽골·우즈베키스탄은 공동제안국에 들어가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는 흐름에서 한국만 빠진 셈입니다.
이유는 구조적입니다. 대표할 국가 정책 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본법이 13년 표류하는 동안 국제무대에서 내세울 것이 없었고, 그 사이 세네갈은 2021년 SSE 기본법을 제정하고 UN 결의 조정국까지 맡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국내 법안의 명칭 변경을 설명합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사회연대경제기본법」으로 바뀐 것은 ILO·UN이 확립한 SSE 용어를 따른 것입니다. 국제 규범이 국내 입법 언어를 바꾼 드문 사례이고, 통과되면 한국이 이 국제 체계에 뒤늦게 합류하게 됩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OECD 9개 구성요소가 PAP 설문의 완성된 프레임입니다. 16개국 동문에게 자국의 SSE 정책 생태계를 물을 때, 임의로 항목을 만드는 대신 국제 표준 체크리스트를 쓰면 결과가 곧바로 비교 가능해집니다. 특히 ④금융 접근성, ⑤시장 접근성, ⑦임팩트 측정, ⑧데이터 네 항목은 선생님 전문영역과 정확히 겹칩니다. 심사자에게 "왜 이 문항인가"를 설명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둘째, EU 이사회 권고가 de jure–de facto 격차 측정의 이상적 사례입니다. 18개월이라는 명확한 기한과 모니터링 체계가 있으므로, 회원국이 실제로 국가전략을 수립했는지, 수립했다면 예산과 담당 조직이 붙었는지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PAP가 개도국에서 하려는 작업의 선진국 버전이고, 방법론 검증용 대조군이 됩니다.
셋째, 세네갈이 결정적 연결고리입니다. UN 결의 조정 3개국 중 하나이자 2021년 SSE 기본법 제정국이며, PSPS 동문 대상국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네갈 SSE 기본법의 제정 과정과 실행 수준을 사례연구로 다루면 국제 규범–국내 입법–현장 실행의 연쇄를 한 나라에서 추적할 수 있습니다. UN 브리프에도 세네갈 주택협동조합과 건강공제조합 사례가 들어 있으니 자료도 확보되어 있습니다.
넷째, 한국의 부재 자체가 논문거리입니다. UN 결의 공동제안국 명단에 아시아 개도국은 있는데 OECD 회원국인 한국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 원인이 기본법 부재라는 점은 제도 이전 연구의 흥미로운 역설입니다. 새마을운동을 ODA로 수출하면서 정작 국제 SSE 규범 형성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는 구도이기도 하고요.
다섯째, 사무총장 보고 체계가 생겼다는 점에 실무적 함의가 있습니다. 앞으로 회원국 이행 보고가 정례화되면 국가 간 비교 데이터가 축적됩니다. 지금 그 데이터의 질과 방법론이 정해지지 않은 단계이므로, PAP가 보완적 데이터셋으로 자리 잡을 여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