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서비스의 세 기능
앞서 WISE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쪽을 다뤘다면, 여기서는 사람과 일자리를 잇는 쪽입니다.
ILO 분류로 공공고용서비스는 세 기능을 갖습니다. 정보 중개(구인-구직 매칭),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전달(훈련·상담·알선), 실업급여 관리입니다. 셋을 한 기관이 하는 이유는 급여를 받으려면 구직활동을 해야 하고, 그 활동을 관리하려면 매칭과 훈련을 함께 다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체계 — 고용복지+센터와 국민취업지원제도
고용복지+센터(2014~)는 고용센터와 복지 창구, 그리고 서민금융 창구를 한 곳에 모은 원스톱 기관입니다. 뒤에서 다시 짚겠지만, 금융이 이 조합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국민취업지원제도(2021~)가 현재의 중심 제도입니다. 한국형 실업부조로, I유형은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고 II유형은 취업활동비용을 지원하면서, 양쪽 모두에 1:1 상담·직업훈련·일경험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상당 부분이 민간에 위탁됩니다. 고용센터가 직접 수행하는 경우와 민간위탁기관이 수행하는 경우가 병존하고, 위탁기관에는 민간 고용서비스업체, 대학, 그리고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법인이 포함됩니다.
민간위탁의 구조적 문제
성과연동 계약이 예측 가능한 왜곡을 낳습니다.
크림스키밍(cream-skimming) — 취업률로 수수료가 결정되면 위탁기관은 취업이 쉬운 사람을 선호합니다. 정작 도움이 절실한 취약계층이 배제되는 역설이죠.
파킹(parking) — 어려운 대상자는 등록만 해두고 실질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현상입니다.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낮으니 자원을 투입할 유인이 없습니다.
이는 앞서 사회성과연계채권에서 본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성과에 지급을 연동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상만 선별하게 되고, 2026년 사회적가치 화폐화 인센티브 시범사업도 같은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성과연동 계약의 일반 문제이지 특정 제도의 결함이 아닙니다.
국제 경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호주가 고용서비스를 대폭 민영화한 뒤 크림스키밍 논란이 이어졌고, 네덜란드는 민영화 후 부분적으로 공공 역할을 되돌렸습니다. 취약계층일수록 공공 직접 제공이 낫다는 것이 대체적 교훈입니다.
상담사의 노동 — 또 반복되는 패턴
민간위탁 직업상담사들이 실적 압박을 받는다는 지적이 반복됩니다.
구조를 보면 이유가 분명합니다. 위탁 단가가 낮고, 성과에 따라 수수료가 결정되며, 고용은 대개 1년 단위 계약입니다. 저임금과 고이직이 따라옵니다.
앞서 돌봄 노동자와 SSE 종사자에서 본 것과 동일한 구조입니다.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인데 대인 관계의 축적이 필요하고, 그런데 처우가 나빠 사람이 자주 바뀝니다. 상담의 질은 관계의 지속에 의존하는데 그 지속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SSE의 두 자리
하나는 위탁 수행기관입니다. 사회적기업, 비영리법인, 지역자활센터가 취업지원 서비스를 위탁받아 수행합니다. 지역 밀착과 취약계층 접근성이 강점이지만, 성과 경쟁에서는 규모가 큰 민간업체에 밀립니다. 앞서 지적한 크림스키밍 구조에서, 취약계층을 실제로 맡는 기관일수록 성과 지표에서 불리해지는 역설이 생깁니다.
다른 하나는 중간노동시장(intermediate labour market)입니다. 일반 노동시장과 실업 사이에 놓인 과도적 일자리로, 영국의 ILM 프로그램이 원형이고 한국의 자활근로사업단이 대응합니다. 실제 일을 하면서 훈련을 받고 일반 노동시장으로 넘어가는 구조죠.
지원고용과 IPS — 증거가 있는 모델
고용서비스 분야에서 효과가 무작위통제실험으로 확인된 드문 모델이 있습니다.
IPS(Individual Placement and Support) 는 정신장애인 대상 지원고용 모델인데, 핵심은 순서를 뒤집은 것입니다.
전통적 접근: 훈련 후 배치(train-then-place)
IPS: 배치 후 훈련(place-then-train)
준비될 때까지 훈련시키는 대신, 먼저 일반 사업장에 배치하고 그 자리에서 지원합니다. 직무지도원이 현장에서 붙고, 본인의 선호를 우선하며, 기간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국제적으로 반복 검증된 결과는 IPS가 전통적 접근보다 취업률과 고용 유지에서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자활 체계는 대체로 train-then-place입니다. 자활근로사업단에서 준비를 거쳐 자활기업 창업이나 취업으로 나아가는 경로죠. 순서를 바꾸는 것이 더 나은지는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 고용복지+센터의 서민금융 창구가 결정적 연결점입니다.
2017년 「저소득층 개인의 신용위험 특성요인」에서 신용위험이 인구학적 속성보다 고용 불안정성과 생활비 부담에 더 의존한다고 밝히셨습니다.
고용복지+센터는 그 발견의 정책적 구현입니다. 고용·복지·금융을 한 창구에 모은 것은 세 문제가 얽혀 있다는 인식의 표현이니까요.
그런데 그 연계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고용서비스를 받은 사람의 금융 상황이 개선되는가. 서민금융 상담을 함께 받은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이 다른가. 한 건물에 있다는 것이 실질적 연계로 이어지는가.
센터 현황이 공공데이터로 공개되어 있고, 국민취업지원제도 운영기관 목록도 공개되어 있습니다. 센터 설치 시점의 지역 간 차이를 이용한 준실험 설계가 가능합니다.
둘째, 구직촉진수당이 금융행태 연구의 대상입니다. 월 50만 원의 현금 급여가 6개월간 지급되는데,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가는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부채 상환에 쓰이는지, 생계에 소진되는지, 저축으로 가는지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집니다. 2019년 인성 특성과 금융행태 연구의 방법론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셋째, 크림스키밍이 성과계약 연구의 공통 주제입니다. 앞서 SIB와 사회적가치 인센티브에서 같은 문제를 짚었습니다. "성과연동 계약이 언제 역선택을 유발하는가" 를 여러 정책 영역에 걸쳐 다루면 일반 명제를 세울 수 있고, 이는 보증에서 다루신 도덕적 해이·역선택 논의의 확장이기도 합니다.
넷째, 2018년 이직·채용비용 논문이 매칭 비용 연구입니다. 고용서비스의 존재 이유가 탐색·매칭 비용의 절감이라면, 그 비용을 실제로 얼마나 줄이는지가 성과 지표가 되어야 합니다. 취업률보다 이론적으로 타당한 지표이고, 인적자본기업패널로 접근하신 경험이 있습니다.
다섯째, PSPS에서는 공공고용서비스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공식 부문이 지배적인 나라에서 구인-구직 매칭은 대부분 친족과 지역 네트워크로 이루어집니다. 즉 앞서 다룬 사회자본이 고용서비스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죠. PAP 문항으로 "귀하의 나라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일자리를 찾는가"를 물으면, 공식 제도의 존부보다 실제 작동 방식이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