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기본법, 사회적기업육성법, 사회적경제기본법(입법 논쟁), 사회적가치기본법
중요한 변화가 진행 중이라 먼저 짚겠습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이름이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으로 바뀌었고, 2026년 4월 법사위를 통과해 지금 본회의에 계류 중입니다. 그리고 이 법안에 새마을금고·신협·농협·수협·생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체 구도 — 왜 이렇게 갈라졌나
한국은 기본법 없이 개별법부터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부처별 칸막이가 먼저 굳었습니다.
법 | 제정 | 소관 | 방식 |
사회적기업육성법 | 2007 | 고용노동부 | 인증(→등록 추진) |
협동조합기본법 | 2012 | 기획재정부 | 신고 / 인가 |
마을기업 | 근거법 없음 (지침) | 행정안전부 | 지정 |
자활기업 | 국민기초생활보장법 | 보건복지부 | 인정 |
새마을금고·신협·농협 등 | 각 개별법 | 행안부·금융위·농식품부 | — |
사회적기업육성법 (2007)
2006년 제정, 2007년 시행. 배경은 자활사업과 사회적 일자리 사업의 한계였고, 그래서 처음부터 일자리 창출이 목적으로 각인됐습니다.
핵심은 인증제입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조직형태, 유급근로자 고용, 사회적 목적 실현, 이해관계자 참여 의사결정구조, 영업수익(노무비의 50% 이상), 이윤의 3분의 2 이상 재투자 같은 요건을 심사해 인증합니다.
국가가 '사회적'인지 판정한다는 구조가 이 법의 정체성이자 약점입니다. 앞서 본 EMES의 이념형 접근 — 나침반이지 체크리스트가 아니다 — 과 정확히 반대편입니다. 인증 요건을 맞추느라 조직이 획일화되고, 재정지원 종료 후 생존율이 낮다는 비판이 오래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인증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개정이 추진돼 왔습니다. 요건을 완화하고 권한을 시·도지사로 넘겨 공정무역·공유경제·기술 기반 소셜벤처까지 포괄하자는 방향인데, 최종 시행 여부는 제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인용하실 일이 있으면 법제처에서 현행 조문을 확인해주세요.
협동조합기본법 (2012)
2011년 제정, 2012년 시행. UN 세계협동조합의 해와 금융위기 이후 대안 모색이 맞물린 시점이었습니다.
핵심은 5인 이상이면 신고만으로 설립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것입니다. 그 전에는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 등 8개 개별법에 해당하는 분야에서만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일반협동조합은 시·도지사 신고, 사회적협동조합은 관계 중앙행정기관 인가로 나뉩니다. 후자는 비영리법인이고 공익사업 40% 이상 수행, 배당 금지, 잔여재산 귀속 제한이 걸립니다. EMES 기준으로 보면 사회적협동조합이 유럽형 사회적기업에 가장 가깝습니다.
성과는 양적으로 뚜렷합니다. 2024년 말 기준 26,520개. 다만 휴·폐업률이 높아 실제 운영 비율은 절반에 못 미칩니다.
선생님 연구와 직결되는 결정적 한계가 둘입니다. 첫째, 금융·보험업이 배제되어 협동조합이 자체 금융을 할 수 없습니다. 둘째, 기존 개별법 협동조합은 그대로 남아 새마을금고·신협은 이 법 체계 밖에 있습니다. 한국 최대 규모의 협동조합 금융이 '협동조합 정책'에서 분리된 구조가 여기서 만들어졌습니다.
사회연대경제기본법 — 13년 만의 문턱
명칭 변경 자체가 의미심장합니다. '사회적경제'에서 '사회연대경제'로 바뀌었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SSE(Social and Solidarity Economy)가 표준 용어로 자리 잡은 흐름을 반영한 것입니다. 앞서 정리해드린 개념 계보가 국내 입법 명칭에까지 도달한 셈입니다.
경과. 2012년 19대 국회에서 여야 3개 법안에 142명이 서명했으나 무산됐고, 20대·21대에서도 실패했습니다. 22대에서 2026년 3월 24일 법안소위 여야 합의, 3월 26일 행정안전위원회 의결, 4월 22일 법사위 통과(찬성 10, 반대 3)로 진전했습니다. 그러나 4월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고, 7월 30일 본회의 처리가 추진됐습니다. 최종 통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해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입니다. 사회연대경제기업의 범위에 사회적기업·협동조합·마을기업·자활기업·소셜벤처뿐 아니라 농협·수협·신협·새마을금고·생협을 포괄합니다. 다만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 수협중앙회 출자회사, 수협은행은 제외됩니다.
그 밖에 대통령 소속 사회연대경제발전위원회, 행정안전부 장관의 5년 단위 기본계획, 공공기관 우선구매, 국공유재산 사용료 감면,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우선 반영 등이 담겼습니다. 사회연대금융도 명시됐습니다.
쟁점은 세 갈래입니다. ① 이념 공방 — "사회주의 이념 정당이 추진한 법" 대 "공공과 시장 사이 제3의 축". 2013년 신계륜·유승민 의원이 함께 시작한 법안이라는 반박이 반복됩니다. ② 옥상옥 우려 — 각 부처가 이미 지원하는데 행안부가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게 맞느냐. ③ 재정 부담과 지원 대상 범위.
사회적가치기본법 — 제정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입니다. 2014년 발의 이후 반복 발의됐으나 아직 제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점을 혼동하는 문헌이 꽤 있으니 인용 시 주의하셔야 합니다.
법 없이 행정으로 우회 시행됐습니다. 2018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사회적 가치 배점이 대폭 확대돼 공기업 기준 경영관리 55점 중 22점을 차지했고, 조달 관련 규정에도 일부 반영됐습니다. 다만 정권 교체 후 재무성과 비중을 높이고 사회적 가치 비중을 낮추는 조정이 있었습니다.
법이 아니라 평가편람으로 굴러간 정책의 전형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브라질에서 정권 교체로 연대경제 정책이 해체된 것과 구조가 같습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일부 내용의 수정이 필요합니다. "한국 사회적경제 담론에서 새마을금고가 빠져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통과되면 새마을금고가 법적으로 사회연대경제기업이 됩니다. 제외된 것은 농협금융지주·수협은행 같은 상업금융 자회사이고, 새마을금고 본체는 포함입니다.
둘째, 소관 부처가 행정안전부라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새마을금고 감독기관도 행안부입니다. 즉 한 부처가 새마을금고 감독과 사회연대경제 정책을 동시에 관장하게 됩니다. 이건 우연이 아니라 마을기업·자활 등 지역 기반 조직을 행안부가 다뤄온 경로의 연장입니다. 선생님 연구의 정책 수요처가 하나로 모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셋째, 논문 소재가 즉시 생깁니다. 새마을금고가 사회연대경제 범주에 편입될 때 무엇이 달라지는가. 금융포용지수를 사회연대경제 성과지표로 전환할 수 있는가. 앞서 만드신 시군구 12년 패널이 기본계획의 성과 측정 도구가 될 수 있는가. 특히 법안에 명시된 '사회연대금융' 은 개념 정의와 측정이 아직 비어 있는 영역입니다.
넷째, 국제 비교의 위치가 잡힙니다. 스페인 사회적경제법(2011), 에콰도르 민중연대경제법(2011), 세네갈 SSE 기본법(2021)에 이어 한국이 기본법을 갖게 되면, PAP의 법-실행 격차 분석에 한국을 비교 사례로 넣을 수 있습니다. 13년 표류 끝의 제정이라는 점, 그리고 제정 후 실제 작동 여부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좋은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