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부문을 따로 봐야 하는가
지금까지 다룬 SSE 논의는 대체로 도시를 전제했습니다. 그런데 한국 SSE의 조직 수와 자산 규모로 보면 1차산업 부문이 압도적입니다. 농협·수협·산림조합이 그렇고, 어촌계와 영농조합법인까지 포함하면 도시형 사회적기업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리고 이 부문에는 도시에 없는 것이 있습니다 — 공유자원입니다. 어장, 산림, 관개수로. 앞서 다룬 커먼즈론이 은유가 아니라 실물로 존재하는 영역입니다.
농촌 — 6차산업과 사회적농업
조직 형태가 여러 겹입니다. 지역농협·품목농협(개별법), 영농조합법인과 농업회사법인(농어업경영체법), 협동조합기본법 협동조합, 그리고 앞서 다룬 마을기업과 농어촌공동체회사가 같은 마을에 공존합니다.
주목할 정책은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입니다. 1차 생산 × 2차 가공 × 3차 유통·체험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지역에 남기자는 구상이죠.
이것이 앞서 다룬 미야모토 내발적 발전론의 네 번째 원칙 — 지역 내 산업연관 형성 — 을 그대로 정책화한 것입니다. 원료를 팔고 끝나면 가공 이윤이 역외로 나가지만, 지역에서 가공하고 판매하면 부가가치가 남습니다. 이론과 정책이 정확히 대응하는 드문 사례입니다.
사회적농업은 2018년 지원사업으로 시작됐습니다. 장애인·고령자·청소년 등에게 농업 활동을 통한 돌봄과 재활,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이고, 유럽의 care farming이 원형입니다. 네덜란드는 케어팜이 1,000곳을 넘고 의료보험이 적용되며, 이탈리아는 2015년 사회적농업법을 두었습니다. 한국도 법제화가 추진되어 왔는데 최종 시행 상태는 확인이 필요합니다.
개념적으로 보면 사회적농업은 앞서 다룬 WISE의 농촌판입니다. 다만 노동시장 통합보다 사회화형에 가깝습니다 — 취업이 아니라 사회적 재통합이 목적이니까요.
어촌 — 어촌계라는 커먼즈
어촌계가 이 부문에서 이론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조직입니다.
수산업협동조합법상 조직으로, 마을어업권의 주체입니다. 일정 구역의 어장을 마을 단위로 공동 관리하고 이용하죠.
이것은 오스트롬이 연구한 커먼즈 그 자체입니다.
오스트롬 설계원리 | 어촌계의 대응 |
명확한 경계 | 마을어업권 구역, 계원 자격 |
지역 조건에 맞는 규칙 | 어기·어구·채취량 규제 |
집합적 선택 장치 | 총회 |
감시 | 계원 상호감시 |
단계적 제재 | 계 규약상 벌칙 |
자치권 인정 | 수협법상 법적 지위 |
일본의 이리아이(入会)와 함께 동아시아 커먼즈의 대표 사례인데, 앞서 마을금고에 대해 지적한 것과 같은 문제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국제 커먼즈 문헌에 한국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도 같은 계보입니다. 어업인이 스스로 자원 관리 규약을 만들고 이행하는 방식으로, 하향식 규제의 대안으로 도입됐습니다.
산림
산림조합이 8개 개별법 협동조합 중 하나이고, 마을 공유림은 어장과 마찬가지로 공유자원 관리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산림탄소상쇄제도와 임업직불제가 도입되며 탄소흡수원으로서의 가치가 새로운 축으로 들어왔습니다.
국제적으로는 사회적 임업(social forestry) 이 인도네시아·인도 등에서 중요한 정책 범주인데, PSPS 학생 중 임업 담당 공무원이 있다면 직접 연결되는 주제입니다.
이론적 논점 셋
첫째, 커먼즈의 경계가 배제로 작동합니다.
오스트롬의 첫 번째 설계원리가 '명확한 경계'인데, 어촌계에서 이는 신규 진입 제한으로 나타납니다. 거주 기간 요건, 총회 승인, 가입금이 걸려 있어 귀어·귀촌인이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자원 관리를 위해 필요한 폐쇄성이 인구 유입을 막는 폐쇄성이 되는 것이죠. 지방소멸 대응과 커먼즈 관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고, 오스트롬 문헌이 충분히 다루지 않은 그늘입니다.
둘째, 고령화가 조직 존속을 위협합니다. 앞서 지배구조와 노동 편에서 다룬 세대 승계 문제가 여기서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납니다. 어촌계원과 농가의 고령화율을 감안하면 조직이 유지될 수 있는가 자체가 질문이 됩니다.
셋째, 재정자립도 역설이 가장 심합니다. 89개 인구감소지역 대부분이 농산어촌이고, 앞서 지적했듯 국비 사업의 지방비 매칭을 감당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금융 — 농신보와 상호금융
상호금융 네 축 중 셋이 1차산업입니다. 농협·수협·산림조합 상호금융이 그렇고, 여기에 새마을금고·신협이 농촌 지역에서 겹칩니다. 앞서 확인했듯 상호금융권이 지방과 고령층 대응을 이유로 오히려 영업점을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맥락입니다.
그리고 별도의 보증기금이 있습니다 —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
담보가 부족한 농림어업인의 신용을 보강해 금융접근성을 높이는 기금이고, 2025년 예산 규모가 3.4조 원입니다. 신보·기술신보·지역신보와 나란히 놓이는 정책보증기구인데, 농협중앙회가 관리한다는 점에서 지배구조가 다릅니다.
주목할 통계가 하나 있습니다. 신청자의 평균 연령이 64세를 넘습니다. 이 숫자 자체가 농업금융의 성격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창업 지원 확대, 스마트팜, 곤충사육업, 농어촌 체험마을 같은 융복합사업자까지 대상을 넓히고 있습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 농신보가 보증 연구의 미개척 대상입니다.
지역신용보증재단(2013~2021),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2024)을 다루셨는데, 농신보는 아직 손대지 않으셨습니다. 예산 3.4조 규모에 별도 지배구조를 갖고 있고, 적정 운용배수와 대위변제율 임계에 관한 연구가 없습니다.
게다가 흥미로운 비교 지점이 있습니다. 농신보는 차주 평균 연령이 64세 이상이고 대상이 1차산업에 집중되어 있어 위험 구조가 다른 보증기금과 다릅니다. 차주 고령화가 보증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다뤄지지 않은 질문이고, 고령화가 계속되는 한 정책적 중요성이 커집니다.
둘째, 어촌계가 라이파이젠 연구의 자매 사례입니다.
앞서 마을금고를 커먼즈 거버넌스로 읽는 접근을 말씀드렸는데, 어촌계는 그 논증을 강화하는 두 번째 사례가 됩니다. 같은 시기 같은 사회에서 금융(마을금고)과 자연자원(어촌계) 두 영역에 유사한 공동 관리 제도가 존재했다는 것은, 한국에 커먼즈 관리의 제도적 저변이 있었다는 논거가 됩니다.
그리고 이는 "왜 라이파이젠 모델이 아일랜드·벵골에서는 실패하고 한국에서는 작동했는가"에 대한 답의 후보가 됩니다 — 이식된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과 결합한 것이라는 설명이죠.
셋째, 6차산업이 산업연관분석의 대상입니다. 2017년 도자산업 연구에서 지역 산업연관표로 파급효과를 분석하셨습니다. 6차산업이 실제로 지역 내 산업연관을 형성하는가는 같은 방법으로 검증 가능하고, 미야모토 내발적 발전론의 실증이 됩니다. 인증 6차산업체와 비인증 농가의 지역 내 조달·판매 비율을 비교하는 설계도 가능합니다.
넷째, 농촌 금융포용을 패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이미 구축하신 시군구 12년 패널에 인구감소지역 지정 여부, 농가 비율, 고령화율을 붙이면 농촌 금융포용의 결정요인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상호금융이 농촌에서 지점을 늘리고 있다는 최근 흐름과 결합하면 시의성도 있습니다.
다섯째, PSPS에서 이 부문이 사실상 핵심입니다. 새마을운동 자체가 농촌운동이었고, 동문 다수가 농업·지방행정 담당 공무원입니다. 6차산업, 사회적농업, 자율관리어업, 마을 공유림 모두 개도국에 이전 가능한 제도이고, 특히 자율관리어업은 오스트롬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 국제 담론과 바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