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 물리적 정비에서 통합 접근으로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근거입니다. 전면 철거형 재개발의 한계를 인식하고 물리적 정비에 사회·경제·문화적 접근을 결합한다는 것이 취지였습니다.
2017년 도시재생뉴딜로 규모가 급팽창했다가 이후 축소됐습니다. 서울시가 2026년 「도시재생백서 — 성찰과 전환」을 낸 것이 상징적입니다. 10여 년의 실험을 정리하고 방향을 바꾸는 국면이라는 뜻이죠.
앞서 여러 번 본 패턴이 여기서도 반복됩니다. 정권과 단체장에 따라 정책이 급팽창하고 급수축하며, 그 변동성 자체가 축적을 무너뜨립니다.
젠트리피케이션 — 재생의 가치는 누가 가져가는가
도시재생의 근본 딜레마입니다. 재생이 성공하면 지역 가치가 오르고, 오른 가치는 자산 소유자에게 귀속됩니다. 임대료가 오르면 재생에 기여한 상인과 주민이 밀려납니다. 성수동·익선동·연남동이 반복해서 보여준 경로죠.
대응 수단으로 상생협약이 도입됐지만 법적 구속력이 약합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이 10년으로 늘어난 것이 그나마 실질적 장치입니다.
이론적으로 보면 이는 가치 귀속의 문제입니다. 공공이 투입한 재원과 주민이 들인 노력으로 만들어진 가치가 토지 소유자에게 사유화되는 구조. 뒤에 볼 커뮤니티랜드트러스트가 정면으로 겨냥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도시재생 사업의 산물로 만들어진 조직 형태입니다. 사업 종료 후 조성된 시설과 프로그램을 주민이 운영하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런데 앞서 다룬 지원 종료 문제가 그대로 나타납니다. 국비 지원 기간에 만들어진 조직이 지원 종료 후 자립할 수익 기반을 갖추기 어렵고, 운영을 맡은 시설도 대개 수익성이 낮습니다. 사회적기업의 5년 지원 종료 문제와 구조가 같습니다.
사회주택 — 국제 비교부터
유럽에서 사회주택은 주변부가 아닙니다. 네덜란드는 전체 주택의 30%대, 오스트리아는 20%대, 덴마크도 20% 안팎입니다. 취리히는 주택협동조합이 전체 주택의 4분의 1을 공급합니다.
제도 형태도 다양합니다. 독일과 스위스의 주택협동조합, 스웨덴 HSB, 오스트리아 빈의 제한이익주택회사, 그리고 영미권의 커뮤니티랜드트러스트(CLT) 가 있습니다.
CLT는 특히 이론적으로 중요합니다. 신탁이 토지를 영구 보유하고 건물만 거래하게 해서 토지를 시장에서 빼냅니다. 재판매 가격도 공식으로 제한해 저렴함이 영구히 유지됩니다. 앞서 다룬 커먼즈론을 주택에 적용한 형태이자,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치 귀속 문제에 대한 구조적 답입니다.
한국 사회주택의 좌초
정직하게 짚어야 할 대목입니다.
2015년 서울시 조례로 시작해 국토부 지원과 HUG 보증이 붙으며 확대되던 사회주택은 2022년 이후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시장 교체 후 여러 차례 감사가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추가 공급을 멈추고 기존 공급분만 관리하는 방침으로 전환됐습니다.
결정적 타격은 보증금 미반환 사태였습니다. 일부 사업자가 부실화되면서 입주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고, 한국사회주택협회가 공식 사과하고 관련 사업자들을 제명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규모로 보면 한국 사회주택은 전체 주택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유럽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멈춘 셈입니다.
구조적 원인 — 토지임대부의 설계 결함
여기가 이 사안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정책 실패라기보다 금융·법적 설계의 결함으로 봐야 합니다.
한국 사회주택의 주된 방식은 토지임대부였습니다. 공공이 토지를 매입해 사회적경제 주체에 장기 임대하고, 그 위에 사업자가 건물을 지어 운영하는 구조죠.
문제는 토지 소유자와 건물 소유자가 분리된다는 점입니다. 사회주택협회 스스로 지적했듯, 이 구조에서는 임차인의 보증금 보험 가입이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통상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소유권 관계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는데, 토지와 건물의 소유가 갈리면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즉 사업자가 부실화되면 임차인을 보호할 장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고가 실제로 나자 제도 전체의 신뢰가 무너졌습니다.
유럽은 이 문제를 보증으로 해결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주택보증기금(WSW)이 대표적입니다. 주택협회가 발행하는 채권에 기금이 보증을 서면 국채에 준하는 저리로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기금이 부실을 흡수하므로 개별 사업자의 실패가 입주자에게 전가되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주택에는 이 층이 없었습니다. HUG 보증이 부분적으로 있었지만 부문 전체를 떠받치는 기금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공동체주택
사회주택보다 넓은 개념으로, 입주자 공동체 형성 자체가 목적입니다. 덴마크에서 시작된 코하우징, 협동조합형 주택, 자가 공동체주택 등이 포함됩니다.
한국에서는 서울시 공동체주택 인증제가 있었고, 위스테이가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가장 큰 사례로 남았습니다. 다만 이후 확산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장벽은 앞서 다룬 SSE 자본조달 문제 그대로입니다. 건축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이 20~30년으로 길며, 조합원 모집과 합의에 드는 거래비용도 상당합니다.
이론적 위치 — 탈상품화
폴라니의 허구적 상품 논의가 여기서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됩니다.
토지는 판매를 위해 생산된 것이 아닌데 상품으로 취급됩니다. 주택도 거주 수단이자 자산이라는 이중성을 갖고요. 사회주택과 CLT는 주거를 시장에서 부분적으로 빼내려는 시도, 즉 탈상품화 장치입니다.
그리고 앞서 다룬 커먼즈론이 여기서 조직 형태로 구현됩니다. 소유가 아니라 접근권과 사용규칙이 중심이고, CLT의 재판매 공식은 오스트롬의 설계원리 중 '집합적 선택 장치'에 해당합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 사회주택 실패의 핵심이 금융 설계였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토지임대부 구조에서 보증금 보호가 불가능했다는 것은 제도 설계에 보증 층위가 빠져 있었다는 뜻입니다. 네덜란드 WSW 같은 부문 보증기금이 있었다면 개별 사업자의 부실이 입주자에게 전가되지 않았을 것이고, 조달 비용도 낮아졌을 것입니다.
"사회주택 보증기금의 적정 규모와 운용배수" 는 선생님이 12년간 해오신 작업의 직접적 응용입니다. 대위변제율 가정, 출연금 규모, 인수 한도 —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신보·기술신보에서 하신 것과 같은 종류의 계산이고, 아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사회주택 재개 논의가 열릴 때 근거가 됩니다. 지금은 중단 상태이지만 주거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재개 논의는 다시 나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왜 실패했는가"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아니라 구조적 진단과 대안 설계입니다. 금융 구조를 짚는 연구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젠트리피케이션이 상권 연구와 직결됩니다. 2019년 「지역상권 특성이 자영업자 폐업률에 미치는 영향」에서 상권 변수로 폐업을 설명하셨습니다. 도시재생 지정 지역과 비지정 지역의 상권 변화를 비교하면, 재생이 기존 상인의 폐업 위험을 높이는지 낮추는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도시재생 지역은 지정 시점과 경계가 명확해 준실험 설계에 유리합니다.
넷째, 2023년 부동산 담보대출 논문이 여기 연결됩니다. 새마을금고의 담보대출 확대가 수도권에서만 수익성에 기여한다는 결과는, 지역 금융기관이 주택시장에 어떻게 얽혀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앞서 다룬 지역 자금순환 관점에서 보면, 담보대출로의 쏠림은 지역 자금이 부동산 자산으로 흘러가는 경로입니다.
다섯째, PSPS에서 세네갈 사례가 있습니다. UN 브리프가 명시했듯 다카르 지역에만 600개 이상의 주택협동조합이 설립됐습니다. 주거비 상승에 대한 대응으로 협동조합이 현실적 대안이 된 사례이고, 앞서 짚은 세네갈 건강공제조합과 함께 하나의 나라에서 SSE의 여러 형태를 관찰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한국 사회주택의 좌초와 대비시키면 "왜 어떤 곳에서는 되고 어떤 곳에서는 안 되는가"라는 수업 질문이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