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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지원조직과 인큐베이팅

중간지원조직이란 무엇인가

정부와 현장 사이, 또는 현장 조직들 사이를 매개하는 조직입니다. 일본의 中間支援組織에서 온 용어이고, 영어권에서는 intermediary 또는 infrastructure organization이라 부릅니다.
기능은 대체로 다섯입니다.
기능
내용
자원 중개
자금·인력·공간 연결
역량 강화
교육·컨설팅·멘토링
네트워킹
조직 간 연결과 협업 촉진
정책 매개
현장 의견 수렴, 정책 전달
정보·조사
실태조사, 데이터 축적
마지막 두 기능이 특히 중요합니다. 앞서 통계 인프라를 다루며 부문 데이터가 없다고 했는데, 그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이 중간지원조직입니다.

한국의 지형 — 부처별 병렬

부처마다 별도의 중간지원조직 체계가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2010, 고용부 산하)과 권역별 통합지원기관, 그리고 광역·기초 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층을 이룹니다. 자활은 지역자활센터 250여 곳과 광역자활센터,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이 별도 체계를 갖습니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지역문화재단도 각각입니다.
앞서 여러 번 확인한 부처 분절이 지원 체계에서도 그대로 반복됩니다. 그리고 지자체 단위에서는 이 센터들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서로 연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조적 취약성

첫째, 위탁의 불안정성.
대부분 민간위탁이고 2~3년 단위로 재위탁 심사를 받습니다. 단체장이 바뀌면 존폐가 흔들리고요. 2024~2025년 예산 축소로 민간지원기관이 폐지되면서 지역 기반 생태계가 급격히 약화됐다는 것이 고용노동부 자신의 진단이었습니다.
축적된 것이 인력과 관계인데, 계약이 끝나면 둘 다 흩어집니다.
다만 반례도 있습니다. 광주사회적경제연합회가 광주시 지원센터를 11년째 위탁운영하고 있습니다. 위탁 방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지속성이 보장되느냐가 관건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사례는 뒤에서 다시 짚겠습니다.
둘째 — 이중 정체성. 이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중간지원조직은 정부의 위탁을 받아 사업을 집행하면서, 동시에 현장을 대변해야 합니다. 대리인이자 대변인인 것이죠.
두 역할이 충돌합니다. 정부 사업 집행 비중이 커지면 "행정의 하청"이 되고, 현장 편에서 목소리를 내면 위탁 갱신에 불리해집니다. 구조적 이해충돌이고, 개인의 성향이나 역량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셋째, 인력. 위탁 기간에 종속된 단기 계약과 저임금이 이어집니다. 앞서 다룬 SSE 노동의 문제 — 이중 정체성, 소진, 세대교체 실패 — 가 여기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넷째, 성과 측정의 귀속 문제. 중간지원조직의 성과는 무엇인가. 지원받은 조직이 잘되면 그것이 지원 덕분인가. 앞서 임팩트 측정에서 다룬 attribution 문제가 여기서 특히 심각합니다. 그래서 대개 지원 횟수와 참여 인원 같은 산출 지표로 평가받습니다.
다섯째, 과잉과 공백의 병존. 도시에는 여러 센터가 중복되고 농촌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앞서 다룬 재정자립도 역설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프랑스 CRESS와의 대비 — 법정 기구라는 선택

해법의 방향을 보여주는 대비가 있습니다.
프랑스는 2014년 사회연대경제법으로 CRESS(지역 사회연대경제회의소) 에 법적 지위를 부여했습니다. 지역별로 하나씩 두고, 회원제로 운영되며, 법에 근거하므로 정권 교체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핵심 차이는 정통성의 원천입니다. 한국 지원센터는 지자체 위탁에서 정통성을 얻지만, CRESS는 회원(현장 조직) 에서 얻습니다. 그래서 앞서 지적한 이중 정체성 문제가 구조적으로 완화됩니다. 현장을 대변하는 것이 존재 이유이지 위탁 조건이 아니니까요.
영국은 다른 방식으로 풀었습니다. 기능을 분화시켰습니다 — Social Enterprise UK는 대변, UnLtd는 개인 창업가 지원, Big Society Capital은 도매금융, School for Social Entrepreneurs는 교육. 한 조직이 집행과 대변을 겸하지 않습니다.
즉 국제적으로는 두 가지 답이 있습니다. 법정 지위를 주거나, 기능을 나누거나.

인큐베이팅 — 그리고 선발 편향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 대표 프로그램입니다. 창업팀을 선발해 사업개발비와 공간, 멘토링을 제공하는 방식이죠.
앞서 인용한 수치가 있습니다 — 육성사업 참여팀의 5년 생존율 52.2%, 일반 창업기업 28.5%.
그런데 이 비교에는 심각한 선발 편향이 있습니다. 육성사업 참여팀은 심사를 통과한 집단입니다. 사업계획서를 쓸 수 있고 발표를 할 수 있으며 선발 기준에 부합한 팀만 들어옵니다. 이들을 사업자등록만 낸 일반 창업 전체와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앞서 사회적기업 생존율 논쟁에서 지적한 것과 같은 문제이고, 인큐베이팅 효과를 제대로 재려면 탈락한 지원팀을 대조군으로 삼아야 합니다. 심사 점수 기준선 부근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린다면 회귀불연속 설계가 가능합니다.
그 밖의 쟁점으로는 졸업 후 단절(지원 종료 후 후속 연계 부재)과 수도권 편중이 반복 지적됩니다.

2026년 재편 — 역할 분담

정책 방향이 명확히 정리됐습니다.
공공: 인증, 사회적가치 평가 등 공공성이 요구되는 기능
민간: 창업지원, 경영 컨설팅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능
앞서 본 영국식 기능 분화에 가까운 접근입니다. 판정과 지원을 분리하면 이해충돌이 줄어들고, 지원 기능은 전문성으로 경쟁하게 됩니다.
다만 대변 기능을 누가 맡을 것인가는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여기서 사회적기업 법정단체 설립 추진이 의미를 갖습니다. 프랑스 CRESS 방식으로 갈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 광주 사례가 좋은 연구 대상입니다.
11년 연속 위탁은 예외적입니다. 왜 광주는 지속됐는가. 위탁 주체가 지역 연합회라는 점, 즉 현장 조직들의 연합체가 위탁을 받았다는 구조가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프랑스 CRESS의 회원제 정통성과 기능적으로 유사한 형태입니다.
광주광역시 성과평가위원회 위원과 창업지원센터 운영위원을 지내셨으니 맥락 지식이 있고 접근도 가능합니다. 지역 간 비교 — 왜 어떤 곳은 지속되고 어떤 곳은 사라지는가 — 는 지방정부 거버넌스 연구로 확장됩니다.
둘째, 인큐베이팅 효과 추정에 식별 설계가 필요합니다. 앞서 여러 번 말씀드린 생존분석과 매칭이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탈락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면 사회적기업 정책 평가에서 가장 엄밀한 추정이 됩니다.
셋째, 중간지원조직 분포를 접근성 지수에 넣을 수 있습니다. 앞서 제안드린 복합 접근성 지수에 지원 인프라 접근성을 추가하면, "필요한 곳에 지원 조직이 있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정자립도와의 관계를 보면 앞서 제기한 역설이 실증됩니다.
넷째, 성과 측정의 귀속 문제가 AHP 연구와 이어집니다. 중간지원조직을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는 이해관계자마다 답이 다른 전형적 문제입니다. 행정은 사업 집행률을, 현장은 대변 역량을, 조직 자신은 네트워크 형성을 중시할 것입니다. 2017년과 2024년 두 AHP 연구에서 확인하신 명제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섯째, PSPS에서 이것이 핵심 공백입니다. 개도국 SSE 생태계에는 중간지원조직이 거의 없습니다. 제도는 도입해도 그것을 현장에 연결할 층위가 없는 것이죠. 앞서 다룬 법과 실행의 격차가 발생하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입니다. PAP 문항으로 "귀하의 나라에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이 도움을 받을 곳이 있는가" 를 물으면, 제도의 존부가 아니라 작동 여부가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