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문의 공통 성격
교육·문화예술·체육을 한 묶음으로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셋 다 가치재(merit good) 입니다.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더 많이 소비되는 것이 바람직한 재화죠. 그리고 셋 다 외부효과가 큽니다 — 교육의 사회적 수익, 문화의 도시 매력, 체육의 건강 편익.
그리고 셋 다 보몰의 비용병에 걸립니다.
앞서 돌봄을 다루며 언급했는데, 이 개념의 원산지가 실은 공연예술입니다. 보몰과 보웬이 1966년 『공연예술: 경제적 딜레마』에서 제시한 것으로, 현악 4중주는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연주자 4명이 필요하다는 관찰에서 출발합니다. 생산성이 오르지 않는데 임금은 사회 평균을 따라가야 하니 상대가격이 계속 오릅니다.
즉 시장에만 맡기면 과소공급되는 영역이고, 그래서 국가나 SSE가 개입할 이론적 근거가 있습니다.
교육 — 학교협동조합이라는 한국적 형태
국제적으로는 협동조합 학교가 존재합니다. 영국은 2008년 이후 협동조합형 트러스트 스쿨이 한때 800개를 넘었고, 스페인 몬드라곤은 대학까지 협동조합으로 운영합니다.
한국은 다른 길로 갔습니다. 학교협동조합입니다.
학교를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의 매점·카페·교육프로그램을 학생·교사·학부모가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형태입니다. 2013년 복정고 매점에서 시작해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확산됐습니다.
성격이 독특합니다. 사업보다 교육이 목적입니다. 매점 운영은 수단이고, 실제 목적은 학생들이 출자하고 총회에 참여하고 의사결정을 경험하는 것 — 경제교육이자 민주시민교육입니다.
이것이 성과 측정의 근본 문제를 제기합니다. 앞서 다룬 SVI나 SROI로 학교협동조합을 평가하면 매출과 고용이 잡히는데, 정작 목적인 교육적 효과는 잡히지 않습니다. 수단이 측정되고 목적이 측정되지 않는 구조죠.
그 밖에 공동육아협동조합(1994년 우리어린이집이 시초)이 부모협동 형태로 오래 이어져 왔고, 최근에는 마을교육공동체와 혁신교육지구가 지역과 학교를 잇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 불안정 노동의 집약
이 부문의 핵심 문제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예술인은 앞서 다룬 프리랜서의 전형입니다. 고용도 자영도 아니고, 소득이 불규칙하며, 사회보험에서 배제되어 왔습니다.
제도적 대응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011년 「예술인복지법」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2020년 12월 예술인고용보험 도입, 2022년 「예술인권리보장법」. 특히 예술인고용보험은 한국이 국제적으로 앞선 드문 사례입니다 — 프리랜서에게 실업급여를 적용한 제도이니까요.
조직 형태로는 예술인 협동조합, 협동조합 서점과 출판사,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의 부처형 예비사회적기업이 있습니다. 앞서 예비사회적기업을 다루며 부처형 트랙을 언급했는데, 문화예술이 그중 가장 활발한 분야입니다.
체육 — 결사 전통의 부재
여기서 한국과 유럽의 차이가 가장 극명합니다.
독일은 약 9만 개의 스포츠클럽에 2,700만 명이 가입해 있습니다. 인구의 3분의 1이죠. 회원제 비영리 결사체가 생활체육과 엘리트 육성을 함께 담당합니다.
한국은 학교 운동부 중심의 엘리트 체육 체계였습니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이원화되어 있었고, 지역 클럽이라는 층위가 사실상 없었습니다.
2021년 「스포츠클럽법」이 제정되어 2022년 시행됐습니다. 회원의 정기적 체육활동을 위해 등록한 법인·단체를 스포츠클럽으로 정의하고, 그중 학교체육 연계·장애인 선수 육성·비인기 종목 육성 등을 수행하는 곳을 지정스포츠클럽으로 지정합니다.
그런데 규모가 아직 매우 작습니다. 시행 첫해 지정스포츠클럽은 7개 시도 20개소였고, 36개 학교의 체육활동을 지원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독일의 9만 개와 비교하면 출발선에 서 있는 셈입니다.
관통하는 진단 — 시설이냐 결사냐
세 부문을 함께 보면 하나의 패턴이 드러납니다.
부문 | 한국의 축 | 유럽의 축 |
교육 | 학교, 국가교육과정 | 학교 + 협동조합·결사체 |
문화 | 문예회관·문화센터 | 결사체·클럽 + 공공 지원 |
체육 | 학교 운동부, 공공체육시설 | 회원제 스포츠클럽 |
한국은 시설과 국가 프로그램 중심이고, 유럽은 회원제 결사 중심입니다.
이는 앞서 여러 번 확인한 진단의 반복입니다. 비영리법인 설립에 허가주의를 유지하고, 사회적경제를 일자리 정책으로 좁게 획정하고, 결사체와 재단을 SSE 범주에서 빼놓은 것 — 결사(association)의 전통이 얇다는 하나의 문제가 여러 영역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설 중심 정책은 앞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2026년에 '시설'에서 '사람'으로 방향을 바꾼 것과 같은 한계에 부딪힙니다. 건물은 지어도 운영할 결사체가 없으면 비어 있게 됩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 문화산업완성보증 용역이 이 부문의 금융을 이미 다루신 것입니다.
2024년 기술보증기금 「문화산업완성보증의 적정 보증운용배수」 연구를 수행하셨습니다. 완성보증은 문화콘텐츠 제작의 완성을 보증해 제작사가 자금을 조달하게 하는 제도로, 담보가 없고 성과가 불확실한 문화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응답입니다.
이 경험이 문화예술 부문 SSE 금융으로 확장됩니다. 예술인 협동조합,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지역 문화공간이 겪는 자금조달 문제는 완성보증이 다룬 것과 같은 성격 — 무형자산, 불확실한 수익, 담보 부재 — 입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참조점이 있습니다. 앞서 노션 아카이브에 모아두신 EU Creative Europe의 레버리지 기술보고서와 프랑스 IFCIC 연차보고서가 정확히 문화산업 보증 사례입니다. 한국 완성보증과 유럽 문화보증의 국제 비교는 지금 아무도 하지 않은 작업이고, 자료는 이미 확보하셨습니다.
둘째, 2024년 대학 평가지표 연구가 교육 부문에 직결됩니다. 「AHP 분석을 활용한 대학의 사회적 영향력 평가지표 개발」은 교육기관의 사회적 역할을 어떻게 잴 것인가를 다룬 작업입니다. 학교협동조합의 교육적 성과 측정도 같은 문제이고, 앞서 지적한 "수단은 측정되고 목적은 측정되지 않는" 구조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예술인이 씬파일러 연구와 연결됩니다. 앞서 프리랜서 소득·경력증명 시스템을 다루며 짚었듯, 소득 이력이 분절된 사람의 신용평가가 핵심 문제입니다. 예술인은 예술활동증명이라는 별도 제도가 있어 오히려 공적 인증 데이터가 존재하는 집단입니다. 이를 신용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실증 가능한 질문이고, 2019년 인성 특성 연구가 겨냥했던 문제의식과 이어집니다.
넷째, 지역 문화·체육시설의 운영 주체 문제가 지역 거버넌스 논의와 만납니다. 앞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짚었는데, 문화센터와 체육시설도 같은 구조입니다. 시설은 지었는데 운영할 결사체가 없어 위탁운영에 의존하고, 위탁은 정권과 예산에 따라 흔들립니다.
다섯째, PSPS에서 교육이 개발협력의 핵심입니다. 새마을운동 자체가 지도자 교육에서 시작했고, PSPS는 그 교육 기능을 계승한 기관입니다. 학교협동조합처럼 "사업을 통한 교육"이라는 형태는 개도국에서 이전 가능성이 높은 모델이고, 앞서 관찰하신 교과 설계 연구 — 질문의 형식이 결론의 형식을 결정한다 — 와도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