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계정, satellite account)
문제 설정 — SSE는 통계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다룬 측정 논의는 모두 조직 단위였습니다. SROI도 SVI도 개별 조직의 성과를 잽니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공백이 있습니다. 부문 전체가 얼마나 큰지를 모릅니다.
한국 SSE의 규모를 묻는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없습니다. 협동조합 26,520개, 사회적기업 3,762개, 마을기업 1,726개라는 조직 수는 있지만, 부가가치와 고용과 자산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산출되지 않습니다.
왜 안 보이는가 — 국민계정의 분류 구조
국민계정체계(SNA)는 경제 주체를 제도부문으로 나눕니다. 비금융법인, 금융법인, 일반정부, 가계, 가계봉사비영리단체(NPISH).
SSE 조직은 이 분류를 가로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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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사업 성격에 따라 비금융법인과 금융법인으로 흩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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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신협은 금융법인, 생협은 비금융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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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은 법인격에 따라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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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는 NPISH에 있으나 시장성 비영리는 법인 부문으로 갑니다
즉 SSE는 통계 분류의 기준이 아니라 그 기준을 가로지르는 성격이어서 어느 칸에도 모이지 않습니다. 사업자등록에 SSE 표식이 없다는 실무적 문제도 겹칩니다.
위성계정 — 흩어진 것을 다시 모으는 장치
위성계정은 국민계정의 부속계정입니다. 본계정의 개념과 분류를 유지하면서, 특정 분야를 재분류·확장해 별도로 보여줍니다. 본계정을 건드리지 않으므로 국제 비교 가능성이 유지됩니다.
한국에도 성공 선례가 있습니다.
가계생산 위성계정이 그것입니다. 생활시간조사를 기반으로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해 5년 주기로 산출합니다. 앞서 페미니스트 경제학에서 다룬 "생산경계 밖의 노동" 문제에 대한 통계적 응답이죠.
주목할 것은 실제 활용입니다. 이혼 시 재산분할에서 가사노동 가치 재산정, 민간 보험상품 개발, 국민연금 기준 논의에 참고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GDP에 안 잡히던 것을 계산했더니 제도가 바뀌었습니다.
관광위성계정과 환경경제계정도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비영리단체 위성계정은 존스홉킨스 연구진이 주도해 UN 매뉴얼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적경제 위성계정은 한국에 없습니다. 벨기에·스페인·프랑스·퀘벡 등이 시도했고 CIRIEC이 방법론을 개발했지만, 국제 표준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SSE 위성계정이 어려운 이유
첫째, 경계 획정. 앞서 다룬 개념 논쟁이 그대로 통계 문제가 됩니다. 협동조합만 넣을 것인가, 결사체와 재단은, 공제는, 비공식 조직은. 한국에서 새마을금고와 농협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부문 규모가 수십 배 달라집니다.
둘째, 비시장 산출의 평가. 무료나 원가 이하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얼마로 계산할 것인가.
셋째, 자원봉사 노동의 화폐화. 시장 임금으로 대체할 것인가 기회비용으로 볼 것인가. 가계생산 위성계정이 씨름한 문제와 동일합니다.
넷째, 자료 연계. 명부가 여섯 부처에 흩어져 있고 서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국제 흐름 — 표준화가 시작됐습니다
ILO 제20차 국제노동통계인총회(2018)가 협동조합 통계에 관한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협동조합 통계의 국제 표준을 처음 수립한 문서이고, 협동조합의 정의·범위·측정 단위·지표를 규정합니다.
OECD 2022년 권고의 여덟 번째 구성요소가 '데이터'입니다. UN 총회 결의(2023, 2024)도 통계 개발을 언급하고, ILO 2022년 결의는 통계 역량 구축을 회원국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즉 국제 규범이 통계 인프라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앞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이 통과되면 한국이 이 흐름에 합류한다고 했는데, 통계 조항이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실질적 관건입니다.
핵심 비판 — 뒤집힌 비대칭
여기가 이 주제의 결론입니다.
한국에서 미시 측정은 과잉 발달했고 거시 통계는 미발달입니다.
개별 조직에게는 SVI 자가진단을 요구하고, SROI를 권장하며, 2026년부터는 사회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인센티브까지 연동하려 합니다. 그런데 그 조직들이 속한 부문의 규모를 모릅니다.
이 순서가 뒤집혀 있습니다.
부문 통계가 없으면 개별 성과를 놓을 기준선이 없습니다. 어떤 사회적기업의 SROI가 3.5라는 것이 좋은 성적인지 나쁜 성적인지 판단할 준거가 없습니다. 부문 평균도 분포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정책 효과를 총량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앞서 다룬 사중손실·대체·전위효과는 본질적으로 부문 간 자원 이동의 문제인데, 부문이 통계적으로 정의되지 않으면 측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측정 부담은 가장 작은 조직에 지우고, 정작 정책 판단에 필요한 부문 통계는 국가가 만들지 않는 구조입니다.
생각해 볼 점
첫째 — 산업연관분석 경험이 결정적 다리입니다.
2017년 「도자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2018년 햇살론 성과분석에서 전국·지역 산업연관표를 다루셨습니다. 산업연관표는 국민계정체계의 일부이고, 위성계정 작업과 방법론적으로 직접 인접합니다.
산업연관분석을 해본 연구자가 SSE 분야에 드뭅니다. SSE 연구자 대부분은 사회정책·경영학 배경이라 국민계정 체계에 익숙하지 않고, 국민계정 전공자는 SSE에 관심이 없습니다. 선생님은 양쪽에 다리를 걸친 드문 위치입니다.
둘째, 금융포용지수 구축이 축소판 경험입니다. 흩어진 행정자료를 모아 시군구 단위 지수를 구성하고 12년 패널로 만든 작업은, 규모만 다를 뿐 위성계정이 하는 일과 성격이 같습니다. 변수 선택, 경계 획정, 정규화, 시계열 일관성 유지 — 같은 문제를 이미 다뤄보셨습니다.
셋째, 부분 위성계정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전체 SSE 위성계정은 부처 간 협조가 필요해 개인 연구로는 어렵지만, 금융협동조합 부문만 떼어낸 계정은 가능합니다. 새마을금고·신협·농협 상호금융·생협의 자산·부가가치·고용을 국민계정 개념에 맞춰 정리하면, 한국 협동조합 금융의 국민경제적 비중이라는 지금 아무도 답하지 못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앞서 여러 번 짚은 **"한국 SSE 담론에서 금융협동조합이 빠져 있다"**는 문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박 자료가 됩니다.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죠.
넷째, ILO 협동조합 통계 가이드라인이 준거를 제공합니다. 임의로 기준을 만드는 대신 국제 표준을 한국에 적용한 첫 사례로 자리매김하면, 국내 정책 기여와 국제 학술 기여를 동시에 노릴 수 있습니다.
다섯째, PAP의 정당화 논리가 여기서 완성됩니다. OECD 권고 여덟 번째가 데이터이고, UN 결의가 통계 개발을 요구하며, 그런데 개도국에는 SSE 통계가 사실상 없습니다. PAP는 국제 규범이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 되고, 이는 연구비 신청과 국제기구 협력에서 강한 근거가 됩니다.